해조움이 들리는 바닷가로…

맷돌

황 일 용 발행인

해조움을 들으며
나는 평화롭게
눈을 감아보련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말이다.


미개인의 표징과도 같은 질긴 담배와의 악연이 원인인 필자는 가슴에 떠도는 구름처럼 사념을 쫓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체바퀴 도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앞뒤 뒤돌아 볼 시간도 없이 바쁜 숨결을 토한다. 삶을 관조하는 여유를 조금이나마 갖고 있어도 어디에서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그런 여유로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이번 휴가 기간에는 이 “거대한 시멘트 무덤”을 탈출해 보려고 한다.
도시의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해서 말이다. 시멘트 무덤 속에 갇힌 나의 삶과 내일의 재충전을 위해 시멘트 무덤 속을 튀어나와 산과 바닷가 사찰로 대탈출을 시도하여 떠나고자 한다. 만일 이번 휴가철에 그곳에서 나를 위한 희망이 넘실거리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물론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물결이 들고 나는 소리가 가슴을 해집고 들어오면 어느새 바다와 하나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지금부터 나의 가슴이 설레인다.
들고 나는 물결 소리가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바다에서는 물음 따위의 소리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어느 바닷가에서 “여러분이 아름다운 추억은 남겨주시고 여러분이 남긴 쓰레기만 가져가시면 고맙겠습니다.”란 팻말에 새긴 글씨를 보았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언어 속에 묻혀버린 발자국과 추억들이 그대로 파도에 묻혀 자취 없이 사라진 곳이 바로 바닷가이다.
마음이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은 왁작거리고 북적대는 여름 피서지에서 한순간의 번뇌를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여름이면 피서를 떠나는 것은 아닐까 여겨진다.
망망한 바다 앞에서 인간의 외로움이 얼마나 작고 부질없는 것인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현재의 삶이 따뜻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들려줄 것이다.
살아있는 존재의 슬픔이 차라리 부서지는 파도 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말해줄 것이다.
인간의 오만도 안위에 대한 걱정도 송두리째 놓아버리고 홀가분한 몸이되어 탬플스테이와 산과 바다에 안착하고 보니 어두운 밤바다의 끊이지 않아 해조음을 들으며 나는 아주 평화롭게 눈을 감을 것이다.
그 두 눈을 감는 순간 쏴~아, 쏴아~아 이어지는 해조음은 원만하고 모든 것을 다 성취한 구경(究竟)의 소리로 내게 다가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더 이상 잃을 것도 가진 것도 없는 해조음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피안(彼岸)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물론 피안의 세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심 속에도 있고, 마음 한 곳에 있다는 것을 왜 깨닭지 못하는 것일까? 또한 피안을 만나고 싶으면 자신을 버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순간순간을 얼마나 진실되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피안을 보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나는 현재를 온전히 살 수 없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모든 것을 자신을 중심으로 해석하고 전개하기 때문에 그 마음에는 언제나 탐욕이 깃들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대의나 명분보다 탐욕과 집착이 우선 할 때 자신의 가고자 하는 길을 일시에 사라지고 혼돈을 무섭게 내게 찾아올 것이라는 것으도 알고 있다. 아마 인생은 백년을 살지 못할 것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는 완전히 자신의 삶을 배신하는 것이 아닐지…. 그러므로 영원히 살 수 없다면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며 참다운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삶의 전부를 거칠고 삭막한 나날을 살다가 끝모를 벼랑을 만나지 않을까? 시멘트 무덤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넓은 바다를 보면 자신을 새삼바라보지 않을까 한다.
거대한 시멘트 무덤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탐욕과 번뇌가 끊이지 않던 나의 삶이 탬플스테이와 바다의 해조음 소리를 들으며 밀려왔다 밀려가는 하얀 물보라처럼 씻겨지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다.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고 이번 여름휴가는 강원도 금강산 건봉사와 동해안의 조용한 바닷가를 떠나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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