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구통

발행인 황일용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선을 긋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의 경계는 어디인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시장경제인가? 시장사회인가? 돈은 차가울까? 아니면 돈은 추할까? 이름다울까?
참 대답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것은 결국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마치 같은 칼이라도 의사가 사용할 때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도구가 되지만, 강도가 사용하면 흉기가 되는 것과 같다고 할까.
얼마 전 한 재래시장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다.
새벽 야채장사하러 가던 아주머니가 길을 건너다 그만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차에 치이는 바람에 아주머니의 가방에서 한 뭉치의 지폐가 쏟아졌고, 돈은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흩어졌다.
사고 자동차는 그 길로 뺑소니를 쳐버렸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뛰어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된채 신음하는 아주머니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흩날리는 돈을 줍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외쳤지만 돈을 줍기 바쁜 사람들은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뒤늦게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아주머니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이렇게 보면 돈은 정말 비정하고 추한 것이다.
그렇다고 돈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만일 돈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얘기할지 모른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가는 오르지 나를 가진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돈은 그저 모으고 과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돈에게 따뜻한 체온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돈은 잘만 사용하면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더 많다.
물질 위주의 사고방식은 갖지면 문제를 일으킨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 말로 옳지 않고 위험하다. 요즘 최순실씨도 돈으로 인해 국정농단에까지 이르게 했다.
돈은 사람들에게 때론 황폐하게 한다. 애써 일궈낸 부를 오랫동안 지탱하지 못한 이유는 물질적인 것이 결국 정신적인 것을 압도한데서 생긴 일이 최순실의 경우를 반영해 주지 않았는가.
돈은 원래 시장 안에서 물건을 사고파는데 유용한 도구다.
그런데 40여년 간 모든 것의 상품화로 인해 돈으로 거래되는 영역이크게 넓어지다보니 건강, 교육, 공공안전, 국가안보, 심지어 환경보호까지 돈의 영향이 안미치는 곳이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시장경제가 시장사회화됨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돈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과 돈으로 사서는 안될 것을 우리는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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