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 중앙공원의 평화의 봄을 지켜라

김 수 철
(전 서울시의원)


어김없이 봄이 왔다. 추운 겨울 내내 옆을 쳐다 볼 겨를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나무와 하늘들을 좀 더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주위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도 활기 있어 보여 덩달아 힘이 생기는 것 같고, 볕이 좋아 공원으로 모여든 할머니들의 소곤소곤 거리는 모습도 정이 오가는 것 같아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 이곳저곳을 무리지어 달려가는 아이들의 봄놀이도 생기가 넘쳐흐른다.
평화로운 봄, 남북 관계가 해빙되는 시기라 더 귀하게 느껴진다. 지난 연말만 해도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비상식량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베를린에서 한반도 평화 및 남북관계 개선을 이야기 했지만 냉랭함만 돌아왔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예약한 것은 문 대통령과 우리 외교팀이 만든 큰 성과이다.
정상회담 준비위는 ‘종전 선언과 평화 체제구축, 한반도 비핵화을 항구적이고 본질적으로 해결 하겠다’고 한다. 이를 ‘원샷 해결’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경험상 지난 25년간 합의와 파기, 핵실험 등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것을 볼 때 정부가 다소 성급한 같다.
북한이 국제 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핵을 가지려 했던 이유는 그것을 ‘목숨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려 투입한 것만큼 남한 정부와 국제사회가 거기에 합당한 보상을 해줄 때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고 각종 경수로 및 중유를 지원 받았지만 그 후 합의를 파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계였던 것이다. 어쩌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점을 간파하고 북한에게 그런 여지를 주지 않으려고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강경파인 폼페이오 CIA국장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대화파인 맥 매스터 국가안보 보좌관 경질설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특기는 시간끌기이다. 특히 검증절차에 들어가면 불시사찰을 수용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통해 합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결국 협상 하면서 시간을 끌고 이행을 지연시키면서 자신들의 핵 목표를 위해 달려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평화공세도 시간끌기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 해결과정은 마라톤이다. 우리가 경기를 잘 치러내기 위해서는 여·야간 초당적 협조가 절실해 보인다. 미국 닉슨 대통령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수교에 나섰던 것, 독일 통일의 성공요인도 당파를 초월한 통일정책의 일관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여야 공동대표 회담에서 야당대표들이 ‘남북접촉 장소’, ‘이면 합의’ 등에 대해 청문회 하듯이 따져 묻는 모습이나, 야당의 북핵 대책 특위가 통일부에 대해 현안보고를 요청해도 미적 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초당적 협력은 너무 먼 이야기 같다. 과거와 같은 이러한 외눈박이 행태로는 우리가 원하는 목적에 도착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와야, 국민들이 단합된 의지로 남북관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때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협상당사들도 더욱 책임감 있게 나올 것이다. 남남갈등은 북한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정부 여당은 대국민 소통에 더 노력해야 하고,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사명인 것이고, 그래야만 가재울 뉴타운 중앙공원에 찾아온 평화의 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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