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다

맷돌

황 일 용 발행인

‘부패는 모두 정치라는 부친(父親)과 경제(經濟)라는 모친(母親)이 간통(姦通)해서 낳은 사생아(私生兒)’인 것 같다.
지금까지 세상에는 항상 돈의 힘이 막강하다. 그 강한 힘 앞에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숱한 사람들이 무력하게 지조와 양심을 팔고 추악스럽게 굴종하고 말았다.
우리는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덥석 물었다. 파멸한 사람들의 경우를 참 많이 보았다. 불속을 찾아 헤매는 불나방형 인간들이 참으로 많다. 욕심에 눈이 멀고, 양심이 마비되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부정한 돈의 유혹에 거침없이 침을 뱉고 저주를 퍼부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지 않고 돈의 유혹과 오욕의 늪에도 빠져 악마의 미소 짓는 구렁텅이로 들어간 인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요즘 매스컴에서 떠도는 지체 높았던 사람들이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유혹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그보다 앞서 앞으로 똑같은 철창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빨리 버는 직업이 도둑이다. 또한 가장 빨리 망하는 직업도 도둑이다. 이들이 돈의 유혹에 빠져 덥석 물었던 지체 높았던 사람들이 결국 똑같이 교도소에서 함께 살아갈 운명이다. 일찍이 시인 김지하는 ‘오적’에서 ‘존경하는 도둑님! 도둑은 도둑의 죄가 아니요. 도둑을 만든 이 사회의 죄 임니다.’ 여기서 도둑이란 고위공직자, 장,차관 등을 오적이라 표현한 것이다.
무릇 인간은 부족함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존재다. 마음의 눈을 떠 진리를 깨달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집(我執)과 편견(偏見)에 사로잡혀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아만(我慢)에 넘쳐 마음의 눈을 감고 살았기 때문에 삶을 밝고 풍요롭게 해주는 진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외골수란 무슨 일을 하든 외골수로 생각하는 사람을 가르키는 말이다. 그들이 모두 외골수 기질을 타고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골수들은 한 가지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전념할 뿐 그 때문에 다른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혼자만 똑똑하고 고고해서는 일을 잘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화합하는 마음과 공생할수 있는 능력이 그들에게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개인의 진실성, 신뢰성, 열린 마음, 정직 등 인격도 그들에게는 없다. 그들은 지나친 자기 확신이 때론 화(禍)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역할이나 능력에 때한 믿음이 사태를 그르치게 한 원인이기도 했다.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지도자라면 그들의 엉뚱한 처신은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조직 전체에 큰 소란을 야기 시킨 원인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음식을 만들려면 필요한 것은 양념이지만 엉뚱한 처신을 일삼는 지도자 등은 본질이 거의 없는 싸구려 양념범벅으로 음식을 만드는 꼴과 다를바 없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때는 절망의 나락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얻을 때는 없는 만큼 기쁨으로 가득하기도 한다. 어느 시기에는 삶에서 영원히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후회스럽기도 할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이런 시기가 아닌가 싶다. 물론 자신의 삶이 앞마당의 나무처럼 뽑고 싶을 때 뽑고, 심고 싶을 때 심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만사 결국은 사람들끼리 하는 일이다. 올바른 법의 잣대는 겸허히 수용하는 지도자였던 때의 대범함이 그토록 힘든 일인가. 누구를 증오하는 외골수적 지도자의 사고로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점차 나락으로 떨어지는 날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들을 위해 저승 가는 일과 화장실 가는 일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진리를 모르고 저지른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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