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 림 칼럼 ?

한 상 림 작가
쪾한국예총 예술시대작가회장 역임. 
쪾예술세계 편집위원

살아가면서 누군가 단물만 빼먹고 뱉어버린 껌을 한 번 쯤 밟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새 신발을 신고 한 여름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고 쭉쭉 늘어나면 무척 당혹스럽다.   
‘껌을 씹는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껌들을 입안에 넣었을 때의 달콤한 맛과 향은 소화효소를 분비시켜 기분을 상쾌하게도 하고, 옆 사람과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기호식품이기도 하다. 또한 술자리에서 남을 씹는 말 역시도 ‘껌’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어떠한 껌이든 씹거나 씹힌 뒤의 문제로 인하여 누구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껌의 역사는 서기 300년 경 남미 마야 문명에서‘사포딜라(sapodilla)’ 라는 나무의 수지를 삶아 씹던 습관에서 유래되었다. 타액을 분비시켜 소화를 촉진하고 세균 억제와 포만감을 주었기 때문에 오늘 날까지도 사람들에게는 꾸준히 기호식품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그리고 6.13지방선거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고, 러시아 월드컵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세계의 관심이 한동안 한반도로 쏠리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국민의식은 아직까지도 제자리에서 맴돌고 여러 가지로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길바닥에 눌러 붙어있는 껌 딱지이다.  
길을 걸으면서 주위를 잘 들여다보면 까맣게 눌러 붙은 껌 딱지들이 마치 돌에 새겨진 문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버스 정류장 주변에는 더욱 심하고 심지어 내가 사는 아파트 현관 주변까지도 얼룩져 있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껌을 씹고 나서 버릴 때에는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잘 넣어 버리는 것이 뭐 그리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사실 조금만 신경 쓴다면 별 것도 아닌 일로 남에게 불쾌감을 주고 환경오염 문제까지 심각하게 만든다. 또한 정부에서는 귀한 세금을 들여서 수시로 껌 딱지를 떼어내야만 한다.
우리나라 모 회사의 누적 껌 매출액이 약 4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예전에 껌이 귀하던 시절에는 모 회사의 ‘셀렘민트’라는 껌과 풍선껌 등 몇 종류의 껌 밖에 없었다. 시골 장날에 어머니가 사다 주신 껌이 너무 좋아서 잠들기 전까지 씹다가 벽에 붙여놓고 다음 날 다시 떼어서 씹곤 했다. 떼어낼 때마다 벽지까지 붙어있는 새카매진 단물 빠진 껌에 대한 어두운 추억도 있다. 
요즘에는 누구나 가방에 혹은 차량에 다양한 종류의 껌을 넣고 다닌다. 여러 종류의 맛과 향을 가진 껌들이 흔한 반면에 껌 딱지도 여기저기 아무데나 눌러 붙어 길바닥을 어지럽힌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 다니면서 보면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기도 힘든데도 오히려 깨끗하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버스 승강장이나 전철역사, 공공시설 등 어디를 가도 휴지통이나 재활용분리 수거함이 눈에 잘 띄게 놓여있다. 
하물며 몇 발자국만 걸으면 버릴 수 있는 휴지통을 놔두고도 습관처럼 바닥에 내뱉는다. 더군다나 이런 행동들이 처벌의 대상조차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아무 말도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무관심병’으로 인해 앞으로도 껌 딱지 문제는 계속 될 것이다. 만약에 그런 모습을 보는 즉시 범칙금을 물린다고 하면 그 반응이 어떨까 싶다. 
지금까지 껌을 제조하는 회사에서는 매출원가에 아마도 껌 딱지 수거비용을 포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껌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껌 쓰레기 문제까지 염두하여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한 사나흘이 지나면 길바닥에 붙은 껌이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자연분해를 할 수 있는 성분을 넣는다던가 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껌을 만드는 사람이나 껌을 씹는 사람이나, 껌을 뱉는 사람이나 이를 바라만 보고 그냥 뒤처리 비용을 지불하는 국가가 모두가 함께 고민해보고 시정해야 할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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