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성상(星霜)

맷돌
영혼의 소통마저 불허하는 꽉 막힌 회색빛 도회지에서 대체 무얼 구걸하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2층집에서 뻥 뚫린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 간혹 스치는 바람의 향기는 코끝을 시큰하게 한다. 종종 역풍이나 회오리도 없진 않지만, 아무튼 순리를 바탕으로 한 정연한 질서와 그들만의 조화로운 공존에 그저 감읍할 따름이다. 그러나 미개인의 표징과도 같은 질긴 담배와의 악연도 원인이겠으나 간혹 의자에 앉아 세상을 조망하고 관조하는 일은 내 삶의 대단한 기쁨이다.
사설이 너무 길었나 보다. 지난 91년 고고(呱呱)의 소리를 울린 서대문자치신문이 독자와 고락을 같이하면서 스물일곱개 성상(星霜)을 달려왔다. 비바람을 맞아가며 자란 곡식을 수확해 곳간에 채우는 기쁨을 앉고 출항을 감행했던 창간 당시 기대도 컸지만 우려 또한 많았다.
대다수 언론사들의 난립에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을 묵도하면서 열 중 아홉은 가지가 꺽이거나 다리가 뒤틀려 필시 도중하차 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도 아니면 배탈이나 설사로 중도 하차하거나 휴업 내지 폐간은 따 놓은 단상이라고 믿었다. 본지 또한 그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모진 풍파와 시련이 다수의 우려에 동조했지만 서대문자치신문은 냉정하리만치이를 거부하면서 외면했다.
마치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울듯이 선각자의 그 당당한 기풍으로 오늘 스물일곱째 성상(星霜)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이 모두가 서대문자치신문의 힘이고 독자들의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형식과 포장, 노림수나 시류편승에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는 메이저 언론에 비하면 서대문자치신문이 하찮아 보일 수도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고난의 역경을 함께한 진정한 독자들과 많은 후원자들은 지난 시절 서대문자치신문의 혹독한 통고(痛苦)의 아픈시절을 익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기에 본지는 올곧은 정도 언론에 한 치의 흐트허짐 없이 부당한 정진을 멈추지 않고 달려와 창간 27주년을 맞은 것은 찬란한 빛이고 소금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빛나는 전리품의 획득은 전적으로 발행인 및 본지를 거쳐 간 기자들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올곧은 언론관과 언론윤리강령에 충실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서대문자치신문이 같은 영광의 금자탑을 쌓게 된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지 않고 정중동의 자세를 견지하며 언론의 사명에 충실한 결과다.
너무도 곧은 까닭에 세간의 오해를 부르고 간혹 부러짐을 감수해야 했던 모진 시련도 없지 않았으나 이 난관을 용케도 극복한 서대문자치신문이기에 현란한 수식어의 찬사도 아깝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자부한다.
한 때 서대문자치신문에서도 개인을 옹호하였음을 인정하고 자기반성에도 노력하였으며, 겉과 속이 다른 언론으로 나아가지 않았음을 자부하며 초지일관 변함없이 언론의 사명을 지켜왔음을 밝혀둔다.
또한 서대문자치신문은 미래지향의 바탕위에 독자제현들과 지역의 참된 토양이 되고 양분이 되어 더욱 노력할 것을 오늘의 창간 27주년을 위해 약속한다. 또한 구청장이 있도록 지휘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될수 있도록 일조를 담당하겠으며, 그러기 위해 구청장은 구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원천이 되어 주기를 주문하는 바이다.
지역의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구청장은 주민위주의 행정, 문화, 환경 등 지역공동체 총화를 이루는데 남은 임기동안 힘을 쏟아주기를 주문하면서 창간 때부터 격려, 성원, 질타, 당부 등을 깊이 새겨 좋은 신문을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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