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과 없이 퍼지는 SNS 자해 영상

한 상 림 칼럼 33

최근 사회 관계망서비스(SNS)에 자해 사진을 올리거나 공유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급증하는 데는 사회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한창 밝고 건전하게 성장해야 할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기 팔목을 송곳으로 찌르고, 주사기로 피를 빼서 뿌리는 사혈 자해를 마치 ‘자해 인증 놀이’ 라며 인증샷까지 찍어 올리고 댓글과 조회수를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 마치 영웅이나 된 것처럼 서로 모방을 하는 ‘자해 인증샷’이 여과 없이 유행처럼 퍼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청소년기는 호기심과 모방심이 강하다보니 자칫 일탈 할 수도 있는 매우 취약한 시기이다. 따라서 이러한 병폐적인 현상은 자기정체성을 잃은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면서 자칫 빠져들기도 한다. 또한 또래에게 인정받고 싶어 부모와 점점 멀어지면서 친구를 더 찾게 되고 외롭고 불안한 마음을 또래집단에서 찾으려고도 한다. 자기정체성은 대개 어린 시절 적절한 돌봄과 애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쉽게 잃는다고 한다.
얼마 전 모 프로그램 <고등래퍼2>의 ‘바코드’에 나오는 가사를 보면 “ … 난 사랑받을 가치 있는 놈일까, 방송 싫다면서 바코드 달고 현재 여기 흰색 배경에 검은 줄이 내 팔을 내려 보게 해.” 라고 부르며 자해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 사이에 자해 광풍이 불어 학부모, 교사, 정신과 의료진들이 깊은 우려를 하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이를 막아달라는 청원 글까지 올라와 있다. 이렇게 자기정체성을 잃기 쉽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또래집단의 호기심과 모방이 유행처럼 번져가는 자해 소동을 어른인 우리가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 학교와 관계부처마저 손 놓고 가만히 바라만 보다가 방송에서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그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소년 자해의 원인은 대부분 과도한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가정의 불화 혹은 친구들 간의 집단 따돌림 등으로 내면의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해’와 ‘자살’은 다르다. 자해는 나 스스로 상처를 가하는 행위로서 ‘비자살성 자해, Nonsuicidal Self-injury’라고 한다. 또한 자해의 방법도 다양하다. 머리카락 뽑기, 손톱으로 긁어 상처 내기, 벽에 머리 박기, 머리 돌리기, 이빨로 물어뜯기 등, 격렬한 감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자해를 하기 때문에 전염성도 크다.
청소년의 심리상태를 보면 내면에 쌓인 감정의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이 세상과 떨어진 존재라고 느끼는 순간 자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서 피가 나고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비로소 자신이 존재한다고 느끼면서 잠깐 동안 기분이 좋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자해도 중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하여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많다.
그렇다고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은 부모나 주위 사람이 힘든 처지를 알리기 위한 행위일 수도 있다. 또한 자기 분노를 자해를 통해서 드러내거나 자신에 대한 심한 죄책감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계속 반복적으로 자해를 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해 청소년을 바라보는 부모로서 훈계조로 나무라던가 하지 비난하면서 당장 그만두라고 강요하지 말고 문제아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너희는 문제아야.” 라기 보다 “우리가 도와줄게.”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아이가 현재 처해있는 입장을 차분히 들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의학전문가나 학교 담임교사와 함께 상담을 하여 차분히 풀어가야만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심한 병리현상은 의료용 일회용 주사기를 약국이나 문방구나 인터넷에서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판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기기법 제 52조에 따라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청소년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는 판매행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 내 아이가 그런 행위를 하게 된다면 과연 분별없이 판매 할 수 있겠는가?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며 기둥이다. 청소년들에게 자기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는 것도 우리의 몫이고 그들이 밝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 가도록 안내해 주는 것도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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