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제 3차 남북정상회담 국민들 기대 커

추석(秋夕)의 뜻은 가을 저녁이다. 그 어원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한가위를 일컫는 두 단어인 중추절(仲秋節)과 월석(月夕)이 합쳐진 단어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만 쓰는 토종 단어라고 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햅쌀로 추석날 아침 밥을 짓기 위해 올개쌀을 만들었다. 어떤 때는 그럴 듯한 쌀밥을 조상님께 올리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쌀이 반톨 크기 밖에 되지 않아 좁쌀 밥처럼 되어버리기도 했다. 배나 사과가 덜 익은 상태에서 추석을 맞이하면 한가위는 한가위인데 한가위 같지 않은 날도 있었다.
자연의 때와 인간의 때가 항상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인 것 같다. 4.27 판문점 선언 이전에서는 같은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북한은 한국보다 30분정도 늦은 시간을 사용했다. 남한과 북한이 서로 다른 시간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북한 측의 조치로 30분 앞당겨졌다. 이를 두고 북한의 김정은이 참 결단력이 있는 지도자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북한은 해방이후 지켜져 오던 추석 명절을 68년 중단시켰다고 한다. 당시 북한은 김일성 개인숭배와 유일지도체계 확립에 필요한 사회문화적 기반을 닦았다고 한다. 아마 이 와중에 추석이 김일성 우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명절 쇠는 것을 금지시킨 모양이다. 그러나 몇 해 지나지 않아 추석은 북한의 명절로 돌아온다. 아마 김일성 정권도 민심을 이반하면서까지 강하게 고집하지는 않은 것 같다.
추석 명절은 4.15일 김일성 생일, 2.16일 김정일 생일보다 훨씬 후순위라고 한다. 북한의 경우 이동의 자유나 교통수단이 여의치 않기도 하고 우리나라처럼 여러 날 쉬는 것도 아니어서 추석 성묘나 가족 모임 등이 우리나라처럼 활발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 추석을 1주일도 못 남긴 9.18일 평양에서 역사적인 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제 1차 정상회담을 위해서 우리는 약 5000억 가까운 현금과 현물을 북에 제공했다. 불편한 진실이다.
제 2차 정상회담은 고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났다. 임기 말 남한 대통령은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가는 경의선 철도, 개성 평양 간 고속도로 개보수 등 당시 통일부 추산으로 14조 3천억에 가까운 사업을 합의하고 왔다. 두 차례 정상회담 추진과정도, 합의사항도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절차에 상당한 흠결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에 비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매우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 시간표를 받아내야 하는 큰 숙제를 해야 한다. 기대와 함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시간표를 가지고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여 설득해야 한다.
이번 방문에는 소위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체화를 위해 많은 기업들도 같이 간다고 한다. 우리는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의 자살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가 과도하게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면 그 결과가 좋지 않았던 사례도 기억하고 있다.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양 정상은 추석 대보름달은 아니겠지만 북한 상공에 뜬 달을 함께 볼 수 있을 듯하다. 밤이 우리보다 깜깜한 북한이기에 달도 더 잘 보일 것이다. 비핵화의 시간표도 좀 더 명확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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