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로(嫌老)사회의 과제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하여 고령화에서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저출산 현상이 생산 인구를 감소시키고 노인인구만 증가하다보니, 오히려 예상치 못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갈등이 심화하여 노인들의 범죄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혐오의 파시즘’은 노인과 젊은 세대 간 갈등으로 인해 노인에 대한 혐오(嫌惡)로 인해 점점 골이 깊어가고 있는 사회를 말한다. 가족들은 얘기를 아예 들어주지 않고 사회에서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무시당하다보니, 노인학대와 노인차별, 노인혐오에 대한 사회 불안감이 흐르고 있다.
문제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하여 젊은이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탓할 수만도 없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으로 어른에 대한 효(孝 )와 공경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그러나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노인들과 젊은 세대들은 서로 자기주장만 앞세우고 있다. 심지어 노인을 비하하는 다양한 신조어로 벌레충(蟲)을 붙여서 “노인충, 연금충, 개초딩, 꼰대, 급식충, 뜰딱충, 할매미” 등의 신조어에는 젊은이들의 많은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왜 노인들을 조롱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려 하는 걸까? 젊었을 때 부지런히 일하고 늙어서 경제력도 없고 가족들마저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소외당하며 마치 쓸모없다고 자책하는 노인들의 심정은 얼마나 서러울까?
경로사상을 중요시하며 살아온 노인들도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고 점점 귀가 먹어서 어느 땐 막무가내로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노인에 대한 상식이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젊은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런 노인에 대한 인격을 무시하고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혐오감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더 어두운 현실은 지난해 4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세대문제인식 실태조사’에서는 청소년의 66.6%가 앞으로도 세대갈등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점이다.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 5명 중에서 1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고 심지어 6.7%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있으며 13.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인들에게도 한때는 젊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의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이나, 점점 늘어가는 노인 인구의 부양을 떠안아야 하는 젊은이들 또한 서로 다른 입장의 관점에서 보면 딱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는 지혜로운 방법이 있다. 서로 상대 입장을 배려해 주고 존중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유병장수, 빈곤장수, 무업장수, 독고장수’등 현대판 4대 노인의 고통과 문제점에 대하여 적극적인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노인들은 옛날 당신들이 살아오던 때, 즉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를 앞 세워가며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지 말고, 막무가내로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며, 노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대접을 받으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는 이러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갈등에 대한 문제 개선에 대한 새로운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선진국의 노인복지시스템이 예방을 위한 것이라면 한국은 사후 처리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인복지정책에서 이러한 모순점을 풀어가려면 우선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서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빚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바탕을 마련해줘야만 한다. 결국은 ‘돈’ 때문에 빚어지는 사건사고의 요인들이 가장 많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OECD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7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게 될는지 걱정스럽다.
지난달 경북 봉화군에서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이 면소무소에서 엽총을 난사해 민간인 2명이 사망한 예를 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이 사건은 주변 사람들에게 소외된 분노심이 큰 재앙을 만들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잘 모른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노인 스스로 독립해 살 수 있도록 사회기반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노인 스스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도록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동참하여 삶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였으면 한다. 젊은이들 또한 머잖아 똑같은 인생길을 걷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여 보릿고개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으로 어렵고 가난한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던 노인 세대의 사고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언행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보이는 그대로 존중해 준다면 세대 간 갈등의 거리는 한층 좁혀질 것이다.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10월에는 각 동 주민센터에서 경로잔치를 벌여서 마을 노인들을 모시고 한 끼 식사와 다양한 공연 등으로 화합의 장을 만들고 있다.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다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자주 만들어서 서로 대화와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면 보다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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