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오래된 것이 아름답다

산에는 단풍이 붉게 물든 향연이 펼쳐지는 10월 색깔도 모양도 이름도 향기도 어느 것 하나같은 것이 없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하나의 관계 속에서 만 가지 번뇌가 일어나게 마련인데 작은 생명들이 전하는 유쾌하고 발랄한 에너지의 원천은 같음과 닮음이 아니라 다름과의 차이 일 뿐이다.
작가가 한 편의 시(詩)를 창작하는데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고뇌하면서 참고한다고 들었다.
자기의 진실만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믿는 가람은 남들의 비판을 참지 못한다.
부처님 말씀 중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무릇 자신의 발밑부터 살펴보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의 말씀이다. 대의를 치장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완성하는 건 진실이라고 믿는다.
100%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 누구나 의심하지만 진실 49%와 거짓 51% 비율로 섞으면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먼저 뭘 노릴 때 고결한 가치부터 얘기하는 게 좋다.
권력자에게 건너는 돈 봉투 뒤에는 반드시 이권(利權)이 도사리고 있다. “여비부담 없이 받으십시요”하거나 “대가성이 없으니 부담없이 받으십시요”라고 했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고 바도 좋을 것이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지거나 힘든 사건들을 해결해 달라고 우리는 수없이 보았다. 소중한 첫 “만남”이 어느 순간 “악마의 덧” 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렇듯 야전(野戰)에서 성장한 브로커들이 비상한 재주로 한 번 만나면 형님, 아우로 부르면서 “절친” 행세를 한다.
“악마의 덫”을 뿌리치지 못한 정치인들의 사생활이 아마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뇌물먹고 철창행이 심했나보다.
가을에 나뭇잎들이 물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산은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꿈같은 봄날이 지나 어느새 가을이 다가왔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만다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해보면 오탁악세에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 그나마 정도의 업을 짓고 살아온 것만 다행이다.
온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 오로지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악을 쓰듯이 외치며 수당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했지만 북한 동포들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 얼마나 처참하다할 것인가. 다만 우리 대한민국은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자유와 평화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먹어도 먹어도, 마셔도 마셔도 목이 타는 욕망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마로 심성을 지니도록 밥상머리에서 가르친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물질이 풍요해져도 도덕과 인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사회는 머지않아 무너지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의 대한민국은 살만하다 못해 자유가 너무도 많다. 미국에서 걸핏하면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돈 때문이다.
이제야 살아온 날들이 남겨진 부끄럽고 후회스런 일들이 보인다. 얼마나 “악마의 덫”에 걸리지 않고, 북한 동포들 같이 살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나목(裸木)이 되어 시린 눈밭에 다당하게 서있는 저 나무들 같이 살 수는 없는가 하는 마음이 들곤한다.
어찌면 나이은 탓인가 시시각각 새로운 것들이 인터넷을 통해 출연하고, 사라지는 21세기 전자문명의 시대지만 이 세상은 오래 살아온 것들이 지닌 냄새와 무뇌들이 참 좋다고 할 것이다.
햇빛과 달빛, 비와 바람이 그렇고 또 사람과 마음이 그렇다. 고통과 즐거움을 감당하면서 마츰내 겸허하고 맑은 얼굴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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