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산과 들판은 메말라 비틀어지고
건조한 신작로 흙먼지는
뜨거운 햇볕을 가려 안개 속이었다

빈혈 앓는 씨암닭은
중병으로 누운 어머니의 약이 되고

그렇게 근 삼년 불덩이는
지구를 뜨겁게 달구었다.

밭은 산으로 변해가고
논은 벌겋게 타 죽어가는
온통 빈혈 앓는 땅이었다

멋들어지게 지붕위에서 울던 수탉도
못 먹어서인지 반쯤 울다 말고
자주 움직이며 배고프다고

물 한 그릇 꿀꺽 마시고
대나무 평상에 드러누워
희미한 참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엿새 굶으셨다는 어머니
배고픔 깊어갈수록 물만 연거푸 들이마시며
젖 만들어 팔남매 쭉 정이 없어 키워냈다

앞 냇가 갈대숲에서
갈새알 꺼내 허기진 배 달래려 하면
능구렁이가 먼저 줍고 없었다.
 
아~  고향
그가뭄 속에서도
민들레꽃 피우던 땅


문혜관 시인
1989년 사조문학 등단
시집 「번뇌, 그리고 꽃」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불교문예출판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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