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울답방, ‘쌍수’를 들 수 없는 이유

김 수 철
(전 서울시의원)

북한은 적성국가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국가의 자원을 모두 동원해 온 지난 해까지 북한은 주변 국가를 적으로 삼아 도발을 일삼아 왔다. 급기야 한반도에는 전쟁 시나리오가 무성했다.
그런 북한이 2018년 남북 대화, 북미 대화에 나왔다고 해서 우리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 대한 적대적 성격을 버렸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난 98년부터 북한에 핵실험이 없었지만 2006년 제 1차 핵실험을 했다. 겉으로는 안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핵개발 야욕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93년 이후 25년 동안 미국과 한국의 어느 정권도, 어떤 정책도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때문에 핵개발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 정권의 지도자를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그의 답방을 환영하는 진영과 사람도 있고, 그를 환영할 수 없는 보수우파도 있다는 것을 그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정은 답방은 분단 이후 사상초유의 일이기에 의미가 있지만 답방 자체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착시효과를 부를 수 있다.
적성국가 북한이 저지른 수많은 도발과 공세에 면죄부를 줄 수가 있으며, 그의 방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더욱 소외시킴으로써 남남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돌아보면 김일성 전 주석은 6.25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이기에 그 자신도 남한을 방문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6.15 제1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초청했고,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합의했었다.
금년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서울로 초청하였고, 양 정상은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발표하였다.
당시 가까운 시일이 연말까지로 해석되었다.
올해 안에 비핵화 진전, 종전선언, 김정은 답방 등이 패키지로 이뤄질 것처럼 정부 당국자들이 설명했다.
그렇지만 현실을 보면 정부가 김정은 답방에만 목을 매는 형국이 되었고, 종전선언 내지는 평화협정은 현안에서 사라진 지 오래며, 비핵화를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도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
결국 본질은 사라지고 남북정상회담 이벤트만 남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청와대 주류세력들은 386세력들이고 낭만적 민족주의에 빠져있어 정상회담이면 모든 게 잘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오히려 태영호 전 공사의 말처럼 비핵화와 김정은 답방을 연결시키지 말자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해 보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하여 무슨 말을 하고 향후 비핵화에 대해 어떻게 할 계획인지에 대해 듣고 싶다. 그래서 쌍수를 들 수는 없다.
현재의 문재인 정부는 휴브리스의 함정에 빠져있다. 이 용어는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정도의 오만을 뜻하는 그리스어(語)에서 유래한 용어로, 영국의 역사학자·문명비평가인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가 역사 해석학 용어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용어이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남북대화, 철도연결 등 교류협력 등을 매우 큰 성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오류 없이 잘 하고 있는 데 반대세력들이 딴 지를 건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야당이나 언론이 정부에 대해 비판적 이야기를 할 때 오히려 우리 정부의 협상력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국민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라고 예단하여 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평양은 사람들을 일사분란하게 동원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해 주는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이며, 그 힘 때문에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발전해 왔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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