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다려주기, 남한 길들이기

엊그제 ‘19년을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2월 중순이다. 북핵문제 논의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이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게 되면서 그 시간표는 매우 빨리 가고 있다. 그리고 3월 중 김정은 위원장이 방남할 것이라는 예측기사까지 나오면서 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남북 관계의 시간표는 더디다. 북한을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하고,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를 통해 남한을 길들이기 하거나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다.
우리 정부가 지난 1월 3.1절 100주년을 남북 공동으로 기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제안한 모양이지만 3주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답이 없다고 한다. 우리의 발걸음만 바쁘게 되어 있다.
정부의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작년 12월 확정한 남북 간 사업 중에는 평화·번영을 위한 ‘3·1절 100주년 남북공동행사’가 있었는데 이를 개성에서 할지 아니면 서울에서 할지도 주요 결정 사항이다. 행사의 장소와 참석인원 등이 정해져야 예산도 책정하고 사람들도 정할 것인데 아직 답이 없다고 한다. 한심하다.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념 기념행사도 마찬가지였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해 9월 문재인대통령과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했다고 한다. 올림픽 당시 김 상임위원장은 행사 때마다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답이 없었다.
강원도의 구애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 연락사무소를 통해서도 김영남, 현송월 두명을 초청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1월 말 스포츠 교류 차 중국 곤명을 방문한 강원도 관계자가 북측 관계자와 접촉 해 재차 초청했지만 결국 응답도 없었고 참석도 하지 않았다.
2월 4일이 입춘(立春)이었고 겨울이 다가고 있다. 하지만 독감치료를 위해 북에 주려던 타미풀루 20만명 분은 여전히 창고에 있다. 타미풀루 지원은 지난 해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논의하고, 11월 보건의료 분과회담 및 12월 실무회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었다. 정부는 1월 초 북한 내 인풀루엔자 치료에 필요한 약품 구매 및 운송에 필요한 비용으로 35억 6천만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1월 11일 북으로 가려던 타미풀루는 “실무적 준비 문제로 남북 간 협의가 마무리 되지가 않아 일정이 순연되었다”고 정부가 발표하였다. 그 이유를 물을 때마다 “기술적, 실무적 문제”라며 구체적이고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결국 4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타미풀루는 수송차에 오르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내부 실무협의 때문이라고 하지만 북한이 수령을 거부해서 아직까지 가지 못했다고 한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로 소위 대남일꾼들이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사회의 시간표가 다르게 간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태도는 정상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남북 관계 현안에 차질이 생기면 쉬쉬하면서 덮으려고만 하는 정부도 큰 문제다. 스스로 불통 통일부를 자처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국민과 소통하는 대북정책을 펼치겠다고 운운하는 문재인 정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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