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격 훼손한 김정은은 사과해야

김 수 철 
(전 서울시의원)
북한 김정은이 최근 최고인민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를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라고 운운한 것은 기분이 매우 나쁘다. 여와야,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리 5천만 국민 모두를 모독한 발언이다. 현 정부 출범이후 판문점 선언, 9.19평양선언에서 논의되고 추진된 경제협력, 교류협력,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등을 깡그리 무시한 몰상식한 발언이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남한에서 ‘오지랖’은 옷의 앞자락이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그만큼 다른 옷을 많이 덮게 될 것이고, 이러한 모양을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의 성격에 빗대어 표현한 단어다. 북한조선말 대사전에는 ‘쓸데없는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남한에서보다 훨씬 부정적 의미가 강한데 거의 ‘싸가지 없다’ 수준이라고 한다. 
친한 친구들끼리도 쓰기를 주저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북한에서 훨씬 부정적 의미가 강함에도 북한 판 국회에서 대의원들을 모아 놓고 연설을 한 것이다. 우리를 얼마나 무시하면 그렇게 할까 싶다. 
우리를 협력이나 대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증빙하는 사례이며, 또한 우리 정부의 대화요구나 지원에 대해 언제든지 필요하면 얻어낼 수 있다는 오만과 교만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작년 9월 北 조평통의 리선권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우리 기업인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이 때 우리 정부가 리 위원장과 북한의 사과를 요청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으나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은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행태를 비판하는 언론과 야당에 대해 험담을 쏟아 낸다. 지난 4월 13일 북한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썩은 물고기 신세인 주제’ ‘망한당’ 등 입에 담지 못할 언어로 힐난을 했다. 
최근 발표된 자유민주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북한 선전 매체들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집중 비판하고 있고, 노동신문은 거의 하루 평균 한 건씩 한국당을 비방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우리 정부에 대한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전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 내야 한다. 항상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문 대통령은 ‘오지랖’에 대응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15일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는 이야기만 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고도 했다. 
제 1야당의 원내대표는 “야당이 듣기에도 불쾌한 모욕적 언사이며, 북한 정권의 꼼수를 더는 들어줘선 안 된다. 원리원칙에 맞는 대북정책을 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북한의 매체와 지도부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남인식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들은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틀리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주적이고 우리는 종속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지 폭언, 망언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무너진 국격과 자존심을 누가 지켜줄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북한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든지 문제 제기 없이 그냥 수용하고, 또 시간 가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으로는 그들의 인식과 태도를 고칠 수 없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와 태도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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