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바라보며

삶이 산다는 것도 저 나뭇잎과 같지 않은가. 태어날 때는 싱그렵게 향기롭다가도 고난의 먼 길을 발등이 퉁퉁 부어오르고 발바닥이 부르트게 걷고 나면 맑았던 마음에 지은 업이 지워지지 않는 인생의 빛깔로 드러난다. 먼눈을 부릅뜨고 숨이 턱에 달도록 쫓고 쫓아 온 것이 무엇이었던가?
뒤돌아보면 남들이 귀하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귀한 것이 아닌데도 남들이 귀하다고 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을 했던가.
이제야 살아온 남음에 남겨진 부끄럽고 후회스런 얼룩들이 보인다. 얼마있지 않으면 숨길 것이 없으니 가릴 곳도 없어 옷을 훌훌 다 벗어던지고 잔가지까지도 낱낱이 벽공(碧空)에 드러낼 나무들 나목(裸木)이 되어 시린 눈발에 당당하게 서있을 저 나무들이 부럽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탁악세를 살아오면서 그나마 이 정도의 업을 짓고 살아온 것만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온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 오르지 잘살아보자고 악을 쓰듯이 외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출세를 하기위해 혈안이 되었던 시절을 큰 죄 저지르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오늘도 황금의 신을 우러 받드는 세상에서 황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믿어도 믿어도 허기지고 마셔도 마셔도 목이 타는 욕망의 포로가 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기특한가.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른 심성을 지녔기 때문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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