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퍼주는 빚잔치 일자리 정책 중단해야

김 수 철
(전 서울시의원)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기쁨 느껴

고등학교 때 이야기다. 노동자들의 총파업 때마다 들려오는 노래가 있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가사는 꼭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가슴이 뜨끔뜨끔 했다. 후에 대학에 입학해서 그 행간의 의미가 자본가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말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 말은 원래 성경에 있었다. 데살로니가라는 교회에서 예수님에 대한 기대가 지나쳐 노동을 소홀이 하자, 바울이 이를 꾸짖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데살로니가에 있을 적에 항상 ‘일하기 싫으면 먹게도 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을 자주 했고, 다른 교우들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힘으로 살 것을 교훈하였다고 한다. 시골에 계시는 우리 부모님들은 눈만 뜨면 일을 찾아 나서신다.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은 “일 좀 그만하시라”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은 하늘로 날아가는 것 같다. 소용이 없다. 어디가 조금 아프시거나 불편하시면 잠시 덜 할 뿐 조금만 나아지면 또다시 일에 파묻혀 사신다.
척추 측만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폐가 안 좋아서 호흡에 불편함이 있는 아버지도 아주 추운 동절기를 제외하고는 농사일에 여념이 없다. 안타까운 마음에 일을 줄이시라고 하지만 여전히 일에 빠져 계신 듯하다.
왜일까 생각해보았다. 두 분의 기본적인 인생가치는 ‘자조(自助)’였다. 4남매를 키우면서도 남에게 빚을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셨다. 그건 그분들의 경제적 철학이었고,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일’에 집착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일을 함으로써 본인이 살아있거나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가만이 있으면 떡이 나오냐, 빵이 나오냐”라고 하시며 일 좀 그만하시라는 우리를 오히려 타박 하신다.
나 자신도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까닭에 뭔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소위 빈둥빈둥 하는 것을 천성적으로 싫어하고 남에게 뭔가를 의존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독립심을 그 때부터 키웠던 것 같다.
정치를 지망하며 선거에 몇 번 출마하다보니 낙선도 하게 되고 중간에 소위 완전한 백수 신세로 전락할 때가 있었다. 그 때의 안타까움은 뭔가 하고는 있는데 제대로 된 일이 아니다보니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고 항상 자신이 뭔가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면서 살았던 것 같다. 한국 정치는 바람선거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미래가 불투명하기에 참 곤란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생활 끝에 2016년 이후 국회에서 보좌관 생활을 3년 째 하고 있다. 중앙당 사무처 10년, 시의원 4년 하고 국회에 와서 보니 할 일이 무궁무진 했다. 일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맡은 상임위가 대학 때부터 관심이 있던 외교통일 분야여서 더욱 그랬다.
물론 중간에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함께 일하는 의원님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때는 당장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한 두 번 있었다. 그 때마다 가까운 지인과 막걸리 한잔하고 훌훌 털어버린 후 출근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한 것 같다. 일단 그 ‘일’을 좋아했고, 나의 자존심을 세웠으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서울대 전상인 교수님의 말씀처럼 “사람들은 국가의 자비나 시혜, 적선을 무작정 바라지 않는다. 대신 일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 권리를 찾아 삶의 주체로 살아가길 원한다.” 100% 동의한다.
며칠 전 40대의 남성 취업자가 2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하는 보도를 보면서 남일 같지 않았다. 청년들 4명 중 1명이 놀고 있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금복지, 일자리 재정을 통해서 취업률을 높이는 것은 한계에 온 듯하다. ‘사업’ ‘창업’을 통해 기업을 육성하고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의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는 고용정책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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