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와 체크리스트

지난 정부의 핵심 실세로 불리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문체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당시 이를 담당했던 재판부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최근 이들은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무죄였던 1심결과를 뒤집고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최근 검찰로부터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청와대 등 외부의 불법적인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 사건은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통상적인 업무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체크리스트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전 정부에서 이뤄진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정부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현 정부의 환경부 체크리스트는 여러 측면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이뤄졌으나, 환경부 체크리스트 사건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두 사건의 협의는 모두 직원남용 및 강요죄이다. 그런데 왜 블랙리스트 사건은 구속재판이고 체크리스트는 불구속 재판이 진행되는지 석연치 않다.
무엇보다 환경부 체크리스트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상황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에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개입된 것이라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인사과정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미쳤다고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통상적인 업무차원에서 리스트가 작성되었고, 이를 체크리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블랙리스트 사건과 체크리스트 사건은 동일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두 사건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 정부에서 이뤄진 인사개입이 블랙리스트라면, 현 정부에서 이뤄진 인사개입도 블랙리스트인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둘 다 체크리스트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적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이 두 사건은 엄연한 이중 잣대로 편향된 기준으로 처리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는 중형을 선고하고, 환경부가 자행한 체크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분을 보이는 건 한 마디로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다.
이 두 사건은 리스트 대상 및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방법과 과정·목적이 매우 유사하다.
이에 대해 사법부가 만약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면, 사법부 스스로 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체크리스트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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