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눈, 칼럼

한 상 림 작가
쪾한국예총 예술시대작가회장 역임.
쪾한국예총 예술세계 전문위원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나 현재 하고 있는 일, 즉 자기 직업이나 취미 외에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눈은 그 사람이 어디에 관점을 두고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필자 역시 한동안 주부의 입장으로 아이들을 양육할 때에는 아이들 교육과 가정경제 외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 아이들이 자란 후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소재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따라서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예술 분야 등 인문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T.V 드라마 보다는 여러 뉴스채널과 토론, 다큐멘터리, 자연과학에 관한 프로에 더욱더 흥미를 느꼈다. 또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는 냉철한 시야도 확보하게 되었다.
칼럼(Column)이란, 그리스 로마 건축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형 기둥을 의미하는 단어로 신문이나 잡지, 사보 등에 실리는 특별 기고를 말한다. 신문이나 사보 의 한 코너에 원형 기둥처럼 길게 실리기 때문에 ‘칼럼’이라 한다.
일반적인 카메라로는 사물의 한 순간 모습을 시각적인 신선함과 사실감으로 담아낼 수 있으나, 그 사물의 내면에 담긴 현상이나 까닭과 이야기까지는 잘 담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칼럼을 읽다보면 현미경처럼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적이며 허와 실, 그리고 진실을 찾기 위한 매의 눈을 갖게 된다. 따라서 칼럼니스트들은 현실의 모순을 발견하거나 잘못을 꼬집게 되고, 그것들이 올바로 잡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자와 함께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현 사회의 이슈인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독자가 공감하도록 독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공감하는 글을 써야하고,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되짚어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호소도 해보고, 정부정책에 대하여 질책도 하면서 거침없이 요구사항까지 쓸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다루었던 문제 중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다루었던 점이 바로 환경문제였다. 쓰레기와 플라스틱과 비닐봉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편리해지기 시작한 삶이 오히려 역습해오기 시작하자 마치 숨이 막혀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지구의 애끓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지구를, 대한민국을’, 그리고 좁게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와 각 가정에서의 문제점까지 꼼꼼히 짚어가면서 실천하려는 기본자세를 갖고 칼럼을 쓰려고 한다. 그러한 글들이 SNS를 통하여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게 되었다. 특히 다양하고 광범위한 내용들이 알차게 실려 있는 ‘일요주간신문’의 독자들이 많은 공감의 메시지도 보내왔다. 덕분에 3년 동안 꾸준히 발표한 칼럼으로 곧 한 권의 첫 칼럼집 ‘섬으로 사는 사람들’이 곧 세상에 나온다.
‘섬으로 사는 사람들’은 바로 외롭게 혼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긴 한 편 한 편의 다양한 세상사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독자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정치 문제에 대하여는 다루기 힘 든 분야여서 정치에 대해서만은 많은 절제가 필요하였다. 매일 뉴스에서는 정치에 관한 소식이 실시간으로 뜨고 있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국민들조차 설득할 수 없는 골치 아픈 이야기가 바로 정치 이야기 아닌가. 그렇지만 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되지 않을, 그렇다고 외면 할 수도 없어 정치 뉴스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그 분위기까지 잘 파악하여야만 했다.
좋은 칼럼은 그저 읽기 편하고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내용만 쓰는 것보다  칼럼을 통하여 독자가 변하기를 바라는 상상 밖의 내용이나. 혹은 내용이 좀 거슬리더라도 맹목적 정보 전달 이상의 내러티브(narrative)를 갖는 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칼럼을 쓰는 사람은 독자를 위하여, 독자를 대신하여, 독자가 표현할 수 없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그늘에 가려진 구석까지 찾아 한 줄기 빛을 비추어 줄 수 있는 필력이 있어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하며 신음하거나, 소리 없이 병들어가는 사람의 심장 안쪽 아픔까지 진단하고 찾아내어 위로해 줄 수 있는 칼럼을 써 내려가는 것이 펜의 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를 대신하여 쓴 소리 또한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진정성 있는 기업이나 자영업자들 혹은 소상공인과 근로자들과 대한민국에서 일터를 잡고 3D 업종에서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다문화가정까지 구석구석 그들의 애환까지 달래줄 수 있어야 하고, 때론 아낌없이 칭찬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칼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9살 소년이 8명의 어린 아이들에게 장기 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평소에 장기 기증에 관심을 갖고 있던 어린 생명의 값진 희생으로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 주었다. 또한 아이를 잃은 아픔을 삭이기도 전에 남은 가족 모두 장기 기증을 하기로 하였다니, 우리에게 희망의 빛으로 승화된 한 가족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인해 앞으로 장기 기증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로 인해 세상의 모퉁이가 환해지듯, 고통 받고 있는 사람에게는 희망을 주고,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빛과 소금으로 용기를 갖게 하는 값진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한 편의 칼럼을 읽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눈이 더욱더 환해질 수 있도록, 칼럼을 쓰는 사람 역시 예리한 눈빛으로 따스한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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