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떠난 한 주민, 문 구청장에게 손 편지 남겨

서대문구는 문석진 구청장이 지난 10일 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례간부회의 때 한 주민이 지난주 자신에게 보내온 손 편지 한 통을 소개해 눈길을 모았다고  12일 밝혔다.
이 편지의 주인공은 61세 남성 박 모 씨로, 박 씨는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살다가 이달 초 의정부시로 이사하게 되면서 정성 들여 쓴 편지를 남겼다.
박 씨는 고시원 방 한구석에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자신에게 북아현동주민센터 주민복지팀 직원들이 보여준 관심과 보살핌을 결코 잊을 수 없어 편지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사업 실패로 실의에 빠져 알코올 중독자가 된 후 가족과의 단절로 부랑 생활을 하던 박 씨는 지난해 3월 북아현동 고시원에 자리를 잡았다.
생계유지를 위해 공공근로에 참여했지만 통풍이 악화돼 중단했으며 알코올 의존이 심화돼 삼 개월 동안 병동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박 씨는 북아현동주민센터의 권유와 지역 복지자원 연계로 기초생활수급과 임대주택 신청을 하고 밑반찬과 목욕 쿠폰 지원, 임플란트 시술 등을 받을 수 있었다.
박 씨는 편지에서 “자존심 강한 저를 세심히 관찰하신 주민복지팀장님이 살다가 힘들 때는 도움 받는 게 순리고 그것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설득하실 때 순간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말했다.
북아현동주민센터는 마음을 연 박 씨에게 어려운 이웃이 소외계층의 다른 이웃을 돕는 ‘밑반찬 봉사활동’을 권유했고 박 씨는 올해 9월부터 이달 초까지 매월 2회 고시원에 거주하는 15명에게 밑반찬을 배달했다.
재활의 길을 걷게 된 박 씨는 지난달에 LH 임대주택 입주자로 선정돼 의정부 지역의 원룸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박 씨는 “불우한 처지에 놓인 주민을 대할 때 동주민센터 직원 분들이 보여 준 환한 미소, 배려가 깃든 말, 자존심을 세워 주는 세심함이 큰 위로가 됐다”며 “따뜻함과 진정성으로 어려운 주민을 보듬어 안았던 그분들이야말로 이 시대를 밝히는 작은 영웅들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이달 정례간부회의 때 헌신적 활동을 펼친 북아현동주민센터 주민복지팀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박 씨로부터 받은 편지를 직접 읽은 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사연”이라며 “새해에도 이 같은 미담이 서대문구의 최일선 행정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던 박 모 씨(왼쪽)가 올해 9월 주변의 고시원 1인 가구 이웃들에게 밑반찬을 배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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