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부적

보통사람들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앞모습만 치장하기에 바쁘다.
그런 사람일수록 돌아서면 뒷모습이 추악하고 구린내가 난다. 데바닷다를 비롯한 여성비구들이 그랬다. 부처님은 달랐다. 얼마전 설악산문(雪嶽山門)을 열고 대방무외(大方無外)한 선풍과 쉬운 법문으로 많은 국민과 불자들을 일깨워주던 무산스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
스님은 늘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 있기를 좋아했다. 만해대상시상식 때만 마을 이장이 시상을 하게하고 당신은 단아래 앉았다. 보시받은 돈을 아껴 장학금으로 내놓던 외롭고 힘든 사람을 보면 남몰래 도왔다. 그러나 스님은 남에게 뒷모습은 커녕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으려 했다.
선사의 진정한 무계적 삶을 백랑도천(白浪滔天)이다. 종이 한 장의 부를 한 날 미신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안정과 위안의 방비책으로삼을 수도 있고 수행공부를 회향할 수도 있다.
초발심자경문에 같은 물도 뱀이 마시면 독이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듯 지혜로운 이는 보리를 이루고 어리석은 이는 생사를 이룬다고 하였다.
오늘 내가 마시는 물은 어떤 작용을 하는지 면밀히 반추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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