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무덤 속에 갇힌 삶 벗어나 보자

누가 도시를 “거대한 시멘트 무덤”이라고 말했는가?
도시의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해진다.
시멘트 무덤 속에 갇힌 나의 삶은 내일의 재충전을 위해 시멘트 무덤 속을 튀어나와 산과 바닷가로 탈출을 시도하여 떠나니 그 곳에는 내일을 위한 희망이 넘실거린다.
물결이 들고 나는 소리가 가슴을 헤집고 들어올 때마다 가슴은 어느덧 바다와 하나가 된다. 들고 나는 물결 소리가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바다에서 물음 따위의 소리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 곳에 이런 푯말이 눈에 띈다. 아마 지난여름 세운듯하다.
“여러분 떠나실 때 추억들은 모두 가져가시고 이곳에는 아름다운 발자국만 남겨 주십시오.” “쓰레기나 오물이 버려지지 않는 해변, 이곳의 모래위에 발자국은 파도가 곧 쓸어가기 때문에 해변은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고 씌어있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언어마저도 사람들은 왁작거리고 북적이는 여름피서지에서 한순간의 번뇌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망망한 바다 앞에서 인간의 외로움이 얼마나 작고 부질없는 것인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현재의 따뜻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들려준다.
살아있는 존재의 슬픔이 차라리 부서지는 파도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말해준다.
인간적인 오만도 안위에 대한 걱정도 모두 놓아버리고 홀가분한 몸이 되고 싶다. 어두운 밤바다의 끊이지 않는 해조음을 들으며 나는 아주 평화롭게 두 눈을 감았다. 쏴~아 쏴~아 이어지는 해조음을 원만하고 모든 것을 다 성취한 구경(究竟)의 소리로 다가왔다.
더 이상 이를 것도 물을 것도 없는 해조음을 따라가며 그 어디엔가 피안(彼岸)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피안의 세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나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피안을 만나고 싶으면 나를 버리고 살아야 한다는 지혜도 얻게 되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진정 자신의 마음을 비운 사람의 삶의 모습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현재를 온전히 살 수 없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강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모든 것을 자기를 중심으로 언제나 탐욕이 깃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의명분보다 탐욕과 집착이 우선할 때 길은 일시에 사라지고 혼돈은 무섭게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백년을 살지 못한다.
영원히 살 수 없다면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며 참다운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법이 아닐까 쉽다. 삶의 전부를 이해하는 바른 눈을 갖지 못한다면 결코 삭막하지 않을까도 생각게 한다. 여럿이 바라볼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 자신의 시선 속에서 새롭게 무엇을 발견코저 노력 하였다.
우리는 꽃을 보면 아름답게 느껴지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 먼곳으로 떠나고 싶어 하고, 물을 보면 맑아지고 싶어 하고, 햇살을 보면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삶의 유혹이 가장 선명한 이곳 바닷가에서 흔들림 없이 나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내일을 위해 또다시 열심히 설계하고 도시의 시멘트 무덤 속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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