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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 림 칼럼 51빈곤한 사람들의 종착역, 무연고사
황일용 발행인 | 승인 2020.01.09 12:18

죽음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다가온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길이라 하지만,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고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성대한 장례식으로 이승을 떠나는 망자도 그 뒷모습은 언제나 쓸쓸하다.
요즘 들어 무연고자의 죽음이 점점 늘어나 4년 동안 거의 2배가 되었다 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무연고 사망자의 약 65%가 유족은 있어도 사정상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여 시신 인수를 포기하였다.
IMF 때 사오십 대였던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빚에 시달리며 노숙자로 지내다가 육칠십대까지도 전전긍긍 쪽방촌이나 고시원을 맴돌면서 살고 있다.
기초수급비로 정부 지원을 받아 방값으로 월세를 내고 식사는 고시원에서 주는 밥과 김치만으로 연명해 보지만 몸까지 병들어 ‘무연고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저승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풍요(風謠) 속의 빈곤(貧困)’과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으로 점점 더 심각해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살다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그들의 최후 종착역이 바로 어둠의 늪인 무연고자다.
외롭고 힘들게 살다가 혼자 죽음을 맞이한 후 무연고 장례식을 마치고 나면 그들이 떠난 빈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로 바로 채워지고 있다.
망자가 떠난 자리에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와서 똑같은 모습으로 맞게 되는 죽음, 설상가상 유족이 있다 하여도 시신을 인수하지 못하는 그들의 처지는 마찬가지로 무연고자로 남게 된다.
이를 지켜보면서 75만여 원의 장례비를 낼 엄두를 내지 못하여 한때 사랑하던 가족의 시신마저 인수하지 못하는 유족의 심정은 오죽할까?
장례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포기각서를 쓰는 사람이나, 가족 관계의 해체로 인하여 단절된 삶을 산 지 몇십 년이 지난 다음에 죽음으로 나타나 시신을 인수하라고 하는 망자나, 빈곤한 처지에 시신을 인수하지 못하는 유족이나 미안한 마음은 마찬가지일 거다.
그것은 현재 30-40대 자녀들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선뜻 인수할 생각조차 엄두를 낼 수 없는 데다, 몇십 년간 단절된 채 지내고 있다가 갑자기 시신을 인수하라고 하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족 해체 때문이다. 가정경제의 파탄으로 부부가 이혼하면서 자녀들은 흩어지게 되고, 각자 어려운 환경에서 살다 보니 오랫동안 단절된 부모의 시신을 인수해도 장례식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어서 오죽하면 시신 위임서에 갖가지 사연을 적으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그들의 시신 위임서에 적힌 수많은 사연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국가에서도 이러한 무연고자들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인간의 삶만큼 죽음도 존엄하기에,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아야 한다.
무연고자 사망이 남의 일로만 수수방관해서도 안 된다. 더군다나 예비 무연고 사망자가 앞으로도 많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들이 걱정과 불안한 삶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지켜보고 놔둘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함께 나서서 공동 애도를 할 것인지 다 함께 고민해 볼 문제이다.
서울시는 저소득층 장례지원과 무연고시 장사서비스 통합지원을 위해 비영리 민간단체 ‘나눔과 나눔’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통합 콜 상담센터(1668-3412)를 개설하는 등 민·관 협력 상담 기능을 강화했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스럽다.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니 이러한 지원이 전국으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황일용 발행인  jguwi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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