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다 못해 생뚱맞다

황 일 용 발행인

귀와 입 사이는 불과 10㎝밖에 안 되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이다. 귀를 활짝 열어 남의 말을 많이 듣고 조심하여 절제하는 언어생활을 해야 한다. 옳은 말을 하면 “어떤 사람이 했느냐에 따라 말을 버리지 않는다.(불이인폐언:不以人廢言)”은 공자님의 말씀이다.
물론 말에는 여러 가지 말이 있다. “이성의 말” “감성의 말”이 있다. 내용은 공허해도 화려한 옷을 걸친 수사(修辭)의 말도 있고, 어눌하고 꾸밈새 없으나 진국의 말을 입에 올리고 산다.
어떤 말이든 발설 순간 사라지는듯 하지만 실상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한 마디의 말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한마디 말이 남의 가슴에 못으로 박혀 평생 상처가 되어 마음의 장애를 지니고 살기도 한다.
악담, 악평, 악플 따위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걸 우리는 숱하게 지켜보았다. 반대로 좋은 말 한마디는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흔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단지 비유나 상징이 아니다. 좋은 말에는 깊은 감화력이 있어 상대방의 심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좋은 말의 파장은 음악처럼, 향기처럼 멀리 퍼져나가고 오래 지소된다.
입(口) 행복을 부르는 문(門)이 되기도 하고, 재앙을 부르는 문이 되기도 한다.
지난 해 11월15일 모 의원이 4월15일 지방선거에 출마하려고 기자회견을 마치고 출마 한다.
이날 자리는 사석이 아닌 당원들이 모인 후보자 개소식 자리인데 마치 자신의 즉위를 이용 “모만자약(侮慢自若)” 같은 태도로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 했는데 너희들이 어쩔 건데”라고 당당하게 위압을 가하는 것 같았다. 이는 상대 후보들은 일찍이 포기하라는 메시지 같이 들릴 수도 있다. 그의 현 위치와 직위를 보아 충분한 경고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이 말을 낳고 말이 말을 부르는 세상, 말이 사람을 살리고, 말이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기능을 지니고 있음을 그는 망강한 것일까.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에 익숙한 당원들이다. 그의 말이 황당(荒唐)하게 들렸을 줄 안다. 혹시 지역위원회 원로의 말이 “우스갯소리”도 아니고 “시끄러운 소리”도 아니고 “고급스런 유머”라면 관심을 끌겠지만 아무래도 “생뚱맞은 소리”로 들은 사람들이 더 많은 걸로 안다. 아무리 생각해도 “꽥”이 될까봐 걱정된다. 예로부터 말이 많은 사람에게 다섯 가지 허물이 생긴다고 했다.
①그 사람 말은 믿지 않게 되고, ②그 사람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③남들로부터 미움을 사게되고, ④거짓 막말을 많이 하게 되고, ⑤말을 퍼트려 남을 싸우게 하기 때문이다.
“힘의 말”은 공포를 주고 “말의 힘”은 희망을 준다. “힘의 말”은 대립과 갈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는 말과 더불어 살고 말과 더불어 죽는다. 그가 축사에서 내뱉은 말은 주변을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들었고, 말이 허공에 아로새겨져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듯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말이 단지 뱉고 버리는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몇 년 몇 백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은 몰라서일까. 항상 말을 아끼고 말을 할 때에는 좋은 말과 나쁜 말의 씨앗을 가려 파종해야 할 것이다.
내가 뿌린 말의 씨앗이 또다시 모두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좋은 말로 모두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좋은결실로 풍요로운 인생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아침에는 입” “점심에는 말” “저녁에는 혀”를 조심하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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