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자들의 대통령 마케팅, 약인가 독인가?

이 득 규
KC대학교 전임교수
산학협력단 부단장
경영학박사
최근 집권여당에서는 고심 끝에 총선 후보자들의 대통령 마케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른바 ‘금 수저 위에 문 수저’라고 불리는 후보자들이 대통령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총선에서 자신을 마케팅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다른 후보자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불공정한 경선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실 ‘문 수저’라는 표현은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달리기 경기로 치자면 ‘문 수저’ 후보들은 출발선 자체가 다른 후보들과는 다르다. 이들은 출발선을 앞서 출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 이는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지 못한 경기이다. 문제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략 70명 정도 된다는 것이다. 현재 20대 국회의원 중 지역구 의원이 253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략 1/3 정도인 것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당선이 최우선 목표이고, 이를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방법을 고려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역량이나 강점보다는 특정 인물을 내세워 자신을 어필하는데 집중한다면, 이는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 때문에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전 정권에서도 대통령 마케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른바 ‘친박세력’이 대표적이다. ‘친박’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선거에서 당선을 담보하는 지역도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친박’이라는 수식어 이후 ‘진박’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생긴 것이다. ‘진박’은 ‘진짜 친박’이라는 뜻인데, 이때쯤 ‘진박 감별사’라는 말도 함께 유행했다. 이에 비추어보면 ‘친박’ 중에는 가짜 친박이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후보자들이 자신을 ‘친박’이라고 주장했을 때, 유권자 대부분은 그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당선된 후보자가 과연 국회의원으로서 일을 잘 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후보자들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특정 정치인을 계승한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는지, 만약 그런 후보자들이 있다면 각별히 살펴야 한다. 특정 정치인을 계승한다고 내세우는 것은, 후보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결여로 보인다. 후보자의 강점이나 공약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야하는데, 오로지 선거에서 당선만을 위한 꼼수로도 보인다. 이런 후보자가 과연 우리 지역을 대표하고, 국회의원으로서 일을 잘 할 것인지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매번 선거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우리 지역과 나라가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단한 나라다. 우리 기업들은 전 세계를 누비고 있으며, BTS 등 유명 아이돌이 한류를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손흥민과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가 ‘정치’가 아닐까 싶다.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우리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진짜를 가장한 가짜들은 없는지 살피고, 정말 우리 지역을 위해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열심히 하는 후보자보다는 ‘일을 잘하는 후보자’가 필요하다.
국회는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계발하는 연습공간이 절대 아니다. 실력으로 준비된 사람이 국회로 진출해야 한다. 국회는 실전이고, 민생이고 경제이자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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