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독점 방지법 통과부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총 4개 부문을 휩쓰는 쾌거를 이뤘다. 101년 한국영화 역사를 기생충 이전과 이후로 나뉠만한 기념비적 사건이다.
‘기생충’의 성과에 제2의 봉준호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뒷받침할 한국영화 발전의 토양이 될 스크린독과점 방지법안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안(아래 영비법)’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20대 국회 내내 발목이 잡혀있다.
제2의 봉준호는 봉준호 동상, 봉준호 박물관 등을 만들어서 되는게 아니다. ‘기생충’의 탄생 뒤에는 개봉관조차 잡기 힘든 수많은 영화들의 눈물이 있었다.
지난해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던 ‘어벤져스:엔드게임’과 ‘겨울왕국 2’의 좌석 점유율은 각각 85.0%, 79.4%였다. 수많은 제2의 봉준호들은 소수 영화가 독점한 스크린 아래 지하 단칸방에서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우선, 한 영화를 특정 시간대 스크린의 5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영비법’ 통과부터 하는 것이 제2의 봉준호를 만드는 출발선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영비법을 1000만 영화를 보고 싶은데 50%로 제한하면 못 볼 수도 있다며 기업의 논리를 대변하고, 심지어 쟁점법안으로 분류해 논의조차 기피하고 있다.
하지만, 봉준호의 기생충의 쾌거 앞에서 국민이 어떤 것을 열망하고 있는지 알수 있다. 기업 이익과 영화의 다양성 중 어떤 가치가 더 큰 지 봐야 한다. 제작과 투자, 배급이 모두 1000만 관객에 매달리는 현상을 타파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봉준호를 만들 수 없다.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제2의 봉준호를 만들자고 말로만 떠들지 말고, 오는 2월 국회에서 스크린 독과점 방지법 통과부터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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