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품

돈만 가지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뜰에 나무를 베고 물매를 새로 잡고 공터에 가마솥을 걸고 하는 일까지 사람 품이 아니고선 시골 생활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끼리 품을 나눈다. 품앗이라고 하는데 품을 앗아간다는 뜻풀이보다는 ‘품을 서로 나눈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요즘 세상에서 돈 갖고 안 되는 일이 없다지만 시골에서는 반드시 그런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살아야만 하는 농사에서는 돈도 물론 필요하지만 품의 가치가 더 높다. 품 다음에 돈이 따른다. 그게 또한 인심(人心)이다.
농사로 많은 일들을 기계나 농약이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고는 있지만 사람의 품이 꼭 필요한 곳이 많이 있다.
모종을 심는다거나 씨앗을 뿌리고 풀을 뽑는 일까지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일을 도모할 수 없다.
도시에서 아무래도 품보다는 돈의 가치를 높게 친다. 보일러가 고장나거나 도배를 한다거나, 수도나 화장실에 문제가 있다면 전화 한 통화면 해결된다. 그리고 돈만 지불하면 품을 서로 나눌 필요도 없다. 그저 돈을 통한 거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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