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와 상납일지

세상만사에 원인과 결과가 생성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인간의 행위나 문화의 형태가 존속되는 그 어떠한 경우라도 원인과 결과는 반드시 표출된다.
의원이 의회에서 책임과 권리를 병행, 나름대로의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를 법률이나 조례 또는 각종 문서로 정해 놓는다.
“리스트”라는 것과 상납일지의 공통적 차이점은 무엇일까. 둘 다 뇌물을 갖다 바친 내역(內譯)이지만 격은 다르다.
리스트는 주로 대기업들이 정치인이나 권력집단에 대가성을 바라고 알아서 준 명단과 액수를 뜻한다.
반면 상납일지에는 군소업체나 영세상인들을 상대로 공무원이나 사이비 기자들이 들어낸 액수가 적혀 있다.
이런 말들이 실체가 없다보니 누구의 리스트가 나왔다면 떠는 쪽은 고위층이다. 또한 수뢰혐의가 드러나도 대가성이 없다고 발뺌하면 그만인게 리스트다.
이에 비해 뇌물장부는 액수는 적어도 비리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부이다.
상납일지를 보면 대부분 주고 싶지 않은 데도 약점은 잡혀 억지로 뺏긴 흔적이 엿보인다.
약점을 덮기 위해 상납하는 업자들도 문제지만 너나없이 달라붙어 뜯어가는 형태는 치사하기 짝이 없다.
리스트가 “썩은 윗물”이라면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뇌물비리는 “악취 나는 웅덩이”다름 없다. 윗물이 이런데 아랫물이 맑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한쪽에서는 개혁과 부패척결을 외쳐도 공무원들이나 경찰들의 먹이 사슬은 근절될 기미가 없다.
몇 해 전 유흥업소 “상납일지”가 발견돼 충격을 주었고, 박연차 리스트로 많은 고위층 및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얼마 전 공무원들이 조명공사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줄줄이 구속되고 또 재판 중에 있다.
조명공사업자 상납내역을 보면 물론 주지 않고 이름만을 기재해 놓은 경우도 있지만 그 내역에는 상납 날짜와 액수까지 명확하게 적어 놓았다.
이 나라 관청과 공무원이 왜 있는지 화부터 나게 한다.
또한 이번에는 재개발·재건축 상납비리 사건이 터져 또한번 홍역을 치를 판이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면 걱정되는 것은 우리 서대문구가 유달리 재개발·재건축·뉴타운공사가 많다보니 걱정이 앞서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입만 열면 바쁘다는 핑계를 대는 공무원들이 그 동안 유흥업소 연세업체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봉투를 챙겨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들 공무원들이 뇌물에만 신경쓰는 동안 각종 불편과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구민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설업체 등에 만연된 상납비리는 재개발·재건축 사건에서 보듯이 모두가 입주자들의 부담이며, 부실공사의 원흉이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아런 먹이 사슬에 쓰이는 음성자금이 얼마인지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고위층 “리스트”나 상납일지 등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때만이 우리사회 전반에 “종양”처럼 번져 있는 뇌물관행도 수술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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