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솨아삭삭---. 소나기소리인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후다닥 깨어 방문부터 열었다. 어젯밤 늦은 귀가로 땅콩을 말리겠다고 장독대에 올려놓은 광주리 때문이었는데 소나기는커녕 여전히 흐르는 별빛을 바라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말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어제의 미열도 함께 밀려옴을 느끼다 순간 오늘이 있다는 걸 어제는 몰랐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는 얼른 툇돌에 내리섰다. 휘익 스쳐보면 바람이 옷깃에 묻어오는 걸 보면 가을바람이 문명했다.
부산에 와서 제일 좋은 게 날씨라고 입버릇처럼 자랑하다가 올 여름을 나면서는 한 달간 고생했고 가을이 오겠다 싶은 사이에 두세 차례 쏟아지는 폭우와 태풍으로 우리집 담장 무너졌다. 그 바람에 온 방이 엉망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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