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차가와진다

 

황 일 용 편집인

우리주위에서도 정당함이 모함으로 부당함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조그만 부당함, 말의 위력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상종 못할 사람”으로 낙인찍힌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추노”에서 대길이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살아있는 것은 아무도 못 믿는다. 짐승 아닌 이상 죽은 자만 믿을 수 있는 세상---.” 결국 그는 짐승이 아닌 사람은 언젠가는 배신을 한다는 대사였다.
그래서인지 우리사회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먹이고, 재워주고, 아무리 애정과 관심을 쏟아도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배신을 밥 먹듯이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종종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른들 말씀 중에 틀린거 하나도 없다”고 특히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말은 이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귀신도 아니고, 다른 어떠한 것도 아닌 사람이다.” 한 마디로 사람은 굉장히 이기적이면서도 잔인하다. 마치 남을 상처주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존재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본의 아니게 또는 의도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상처 받은 것도 기억하며 그것에 상처 받아온 것만 기억하며 그것에 대한 복수를 꿈꾸기도 한다.
못난 사람일수록 시대를 원망하기도 하고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을 합리화 시킨다. 그러나 모든 원인은 내 안에 있다.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고는 어떤 감응도 감동도 줄 수 없다.
진실만이 진정한 성공을 이룬다. 아무리 시대가 암울하다해도 진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저마다 가슴으로 떠도는 구름처럼 사념을 쫒고 숨돌릴 틈도 엊ㅅ이 앞뒤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바쁜 숨결을 토한다. 삶을 관조하는 여유를 조금이나마 갖고 있어도 우리는 어디에서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여름 내내 움 추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으나 8월 하순에 휘날리는 바람 때문에 어지러워진다.
바람 부는 방향을 예의 주시하다 보면 사람은 무언가 기대를 해보고, 어떤 사람은 어찌된 거시냐고 큰일 났다고 우려하며 불안케 하고 있다.
또한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줄을 서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모두가 기우에 지나고 말았다.
줄을 바꾸어 서다보니 변절이란 말이 나오고 배신이란 말도 나오지 마련이기 때문에 모두에 말한 대로 사람은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날씨 때문인지 모르지만 짜증 때문인지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는 도를 넘고, 각종 스캔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씽씽 부는 가을바람에 가슴은 답답해진다.
요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그립다. 자기의 생각을 고집스럽게 처세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너도 나도 쉽게 바꿔야 한다는 변절 시대에 한 가지 만은 알고 그것만이 모든 것인 줄 알고 그렇게 믿고 사는 사람 말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의리와 지조를 생명처럼 여기고 정직과 지계(持戒)로 대쪽같이 살아가는 그런 사람 말이다.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 거짓말을 안하고 그런 사람 말이다.(거짓말은 꽃을 피우지만 열매는 맺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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