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

맷돌


가을하늘

무더기 가녀린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거린다. 걸음을 뗄 때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 고개를 돌린 나는 보라색 들국화에 눈을 맞추는데 옆길 밭두렁으로 들어가던 마을회원이 함박웃음으로 손짓을 했다. 발 가장자리에 있던 그녀는 한 웅큼의 깻잎을 비닐봉지에 담아주다가 고구마도 몇 개 캐주었다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냥 돌아서는데 팔을 잡아 세운 그는 그냥 허리를 굽혀 호미로 흙더미 속에 숨어있는 고구마를 찾아내고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 호미 끝을 따라간다.
둔덕이 높고 금이 쩍쩍 갈아진 포기는 큰 고구마들이 숨어있고, 둔덕이 낮고 가는 금이 그어져 있으면 작고 길죽한 실고구마, 땅이 거칠고 고르지 못한 둔덕 밑에는 골이 깊게 패인 못생긴 고구마들을 일일이 줄기에서 뜯어내는 그녀의 손에 고구마의 생사가 정해진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뭘 보느라 넋이 나갔어요?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그녀가 내미는 광주리를 선듯 받아들지 못하고, 그녀는 내 두 팔에 고구마를 안겨주면서 강낭콩도 따 줄까. 하는데 그만 미안해서 종종 걸음으로 내달렸다. 문득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고, 깻잎을 따는 그녀 모습에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려서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서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시골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어머님이 싸 준 보따리들이 서너 개는 되었다. 제철 과일과 채소들을 순수 밭에서 따오시기도 하고, 시장으로 달려가 건어물과 육류 등을 사주셨다. 그러나 서울 집에 도착하면 음식들일랑 냉장고에 넣고 나머지는 적당한 곳에 처박아 놓았다가 갑자기 시어머니 오시면 그 먹거리들을 몽땅 쓰레기 통에 버릴 수박에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부끄럽고 시아마님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이제 와서 시어머님의 마음을 느껴보지 못했던 자연의 순리에 적응해 가면서, 나를 감추고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그대로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냥 대문을 나서면 오다가다 만나는 얼굴마다 환하게 웃어주고 내가 주는 것보다 보는 게 더 많은 이곳에서 자주 시어머님을 떠올리면서 감사하지 못했던 지난 세월의 허상이 눈앞에 훤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푸성귀 한 줌이라도 주고 싶어 찾아오는 손길이 너무 고마워 그 손을 잡아주면서 내 마음도 넉넉해진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 오면 빈손으로 보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보면 그 마음이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제는 서울서 온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나갔다가 차 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를 불러 보내고, 나는 행선지는 달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40분이 지나가고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버스회사에 전화를 한 다음, 나에게 왜 여기 앉아 있느냐고 물었다. 버스 기다린다고 했더니 황당하다는 듯 나를 처다 보면서 버스 탈 사람이 소풍 나온 사람처럼 그렇게 한가하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웃어보이고는 하늘을 봤다. 하늘은 금청색 이었다.
하늘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을 여기에 와서 알았다. 그리고 그 빛이 내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요즘은 시시때때로 하늘보기를 하고 있다. 가끔 기분이 좋으면 내가 좋아하는 붓다의 경구도 한 번씩 읊조린다. 과거가 얼마나 힘들었든 간에 너는 항상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구, 정례 간부회의 온·오프라인 병행 진행

서대문구가 지난 8일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정례 간부회의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병행해 진행했다. 이날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4급 이상 간부와 사업 보고 부서장들만 참석했으며, 나머지 부서장들은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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