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과 분권

인류 역사에서 기관총이 처음 전쟁에 등장했을 때를 상상해보자. 공장에서 제조된 인류 최초의 기관총이 전쟁터에 나타나 적을 향하여 마구 총탄을 퍼부었다. 상대편 지휘관은 이상한 기계가 나왔음을 즉시 알아차렸지만 쉽게 후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후방의 작전 본부에서 공격 방법을 자세하게 지시하였기에 이를 지켜야만 했다. 
작전본부의 상급 지휘관들이 현장에 나와 기관총을 보았더라면 정면 공격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았겠지만 후방에서는 이를 알 턱이 없다. 결국 수많은 인명 희생을 내고서야 기관총에 맞는 전투 방법이 하달되었다고 한다. 
작전본부에 근무하는 백전노장들이 현장의 애송이 젊은 지휘관을 우습게보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을 시절이다. 그러나 때로는 애송이가 백전노장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가장 좋은 전투방법은 뭘까? 목표와 방향만 상부에서 설정하되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현장의 지휘관에게 위임하는 방법이 오늘날 불확실성이 시대에는 제일 적절하다. 즉 언제까지 적의 진지를 반드시 점령하라는 지시만 내리고 구체적인 전투방법은 위임하는 식이다.
기관총이라는 희한한 기계가 등장했다면 현장의 지휘관은 즉시 이에 맞는 공격방법을 고안하면 된다. 과거에는 모두 집권형 기획이었다. 상부에서 온갖 구체적인 방법까지 상세하게 지시하는 그야말로 “미주알고주알”기획이었다. 오늘날은 분권형 기획이다. 상부는 큰 목표와 방향만 설정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집행자에게 위임하는 기획방법이다.
 모든 사물과 현상은 옳고 그름이 있다. 반야심경에도 “모든 법은 공하여---,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라고 쓰여 있지 않은가. 분권과 집권도 마찬가지다.
 현대는 분권이 권위주의 시절의 집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분권의 장단점이 있고, 집권의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분권의 장점을 모두 누리면서 집권의 장점도 취하는 것인데 쉽지 않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는 과거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분권형과 집권형 중에서 양자택일해야 했지만 이제는 IT기술을 이용하여 사찰이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잘못된 행정을 중앙에서 시정할 수 있게 되었다. 분권과 집권을 모두 취할 수 있는 놀라운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사람은 자유가 주어질 때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다.  하지만 자유가 지나쳐 방임이 되면 차라리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집권형 제도만 못하다. 
따라서 자유를 최대한 부여한 잘못된 행동을 발견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과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는 또한 책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자유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되면 책임을 추궁해야 하며 잘하는 곳과 못하는 곳 사이에 선의의 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사찰이 발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권한을 주는 분권화를 하고 전체의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정이 관찰될 때 발견하고 시정할 수 있는 집권적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개별 자신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되 잘못은 즉각 시정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이 참으로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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