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여천(事人如天)

 

황 일 용 편집인
오늘날 우리는 종교가 추구해 온 보편적 가치는 아랑곳없이 모든 것이 자본과 시장논리에 대해 지배되는 무한 경쟁의 숨 막히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또한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전지구적 문명의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생명과 평화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보국안민과 포덕천하, 광제창생을 부르짖었던 천도교의 목소리는 너무 미미했다. 동학·천도교는 수운 최재우 대신사의 “보국만민” 과 “광제창생”의 구도정신에 의해 창도된 종단이었다.
19세기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전쟁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와 오랜 세도정치의 폐혜, 지방수령들의 수탈로 야기된 국내 정치의 혼란, 흔히 삼정의 문란으로 이야기로는 혼란과 민생의 파탄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내 몰렸을 때 참된 평화의 길, 참된 인간의 길을 제외하며 나온 것이 동학·천도교였다. 사천주(寺天主)의 사상을 통해서 모든 존재가 신령한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고 설파하였다.
모든 존재를 무형한 한울님의 영과 기운 작용으로 나타난 유형한 한울님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모든 만물은 어떠한 차별과 무시, 억압과 파괴 없이 그 자체 한울님을 모시고 섬겨야 하는 존재라고 역설하였다.
이를 이어서 해월 최시형신사께서는 사인여천(事人如天, 사람을 한울님같이 섬기라)을 강조하였고, 모든 만물을 공경하고 천지를 부모님처럼 섬기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오늘날 천도교는 이런 스승님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생명과 평화, 인권 등 여타의 사회적 실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한 때는 갑오동학농민혁명, 갑진개화운동,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 신문화운동, 통일운동 등 사회적 실천운동의 최 일선에 서 있었던 적도 많았다.
그 와중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렀고 게다가 분단의 최대 피해까지 되면서 운동의 동학을 거의 상실했다. 북한 지역에 천도교인의 80∼90%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몇 년 전에 생명·평화·영성을 가치로 한 “천도교 한울연대”가 탄생하여 동학·천도교의 “모심과 살림” 정신을 기반으로 한 환경운동과 대안적 삶을 위한 생활운동으로 전개해 나가도 있다. 이 운동은 지금 우리 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한 근원적 반성에서 시작하여 더 이상의 생명과 생태계 파괴를 막고 인간의 존엄성 나아가서는 인간의 신령성을 회복해 내자는 운동이다.
 천도교 한울연대는 다른 종단의 환경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우리 사회에 아픈 현장을 돌아보고 생명과 평화가 보다 존중되는 세상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리하여 자본과 권력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세상 모두가 존중받는 그런 세상을 열어내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자 한다.
그것이 “개벽(開闢)”의 실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벽의 뜻을 모아야 계승하는 계기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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