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자수(自作自受)의 업(業)

 

세존께서 어느 날 죽림정사에서 여러 비구니와 우바새 우바이가 모인 대중에게 게송을 읊으시고 설법을 하시었다. 법문을 듣는 대중은 세존께서 역시 인과법문을 하시는구나 하고 큰 감명이 없었다. 왜냐하면 자주 하시기 때문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세존의 이 법문이 막 끝나자 어떤 사람이 헐레벌떡하며 달려오더니 “세존이시여, 지금 왕사성내에 일대 괴사가 일어났습니다.”하고 숨을 몰아쉬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대중의 시선이 그 사람에게로 집중되었으나 세존께서는 조금도 동하지 아니하신 채로 침착하고 조용히 말씀하시되 “괴사라니 무슨 괴사가 일어났단 말이냐? 너무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하게 말을 하여 보아라.” 달려온 사람이 말하되 “세존이시여, 어떤 상인 하나가 성으로 들어가는 길에 성문 앞에서 출생한지 일년도 되지 않은 암송아지에게 뿔로 떠 받혀 죽었습니다. 
그래서 유혈이 낭자하여 보기에도 참혹하였습니다. 소 주인은 낮잠을 자다가 꿈 가운데서 소에게 받쳐 죽은 사람의 참상을 보게 되어서 놀라고 당황하여 그 송아지를 얼른 팔아버리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죽인 소라고 사람들이 와서 보기만 하였지 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장사꾼이 와서 값을 싸게 하여 팔면 사겠다고 하므로 헐값을 받고 팔았더니 그 사람이 돈을 치르고 끌고 가다가 목이 말라서 송아지를 길가에 매어놓고 강가에 가서 강물을 마시려는 찰나에 길에 있던 송아지가 비호같이 달려와서 헐값으로 사가는 사람을 뿔로 또 받아 죽었습니다.”
이어 계속하는 말이 죽은 사람의 권속들이 이 소를 잡아 죽여서 고기라도 팔아 밑천을 뽑겠다고 송아지를 잡아 죽이고는 가죽을 벗기고 사지를 갈라서 머리와 갈비와 사족을 시장으로 가지고 가서 정육점에 팔기로 하였답니다. 고기장사가 연하고 맛있는 암소 고기를 사 가시오 하고 외치는 바람에 암소 고기가 연하고 좋다면서 상고기를 사가는 사람도 있었으나 소머리를 싸게 사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헐값으로 팔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소뿔만 보아도 그것이 두 사람이나 받아 죽인 흉기 같아서 정육점 주인에게 말하되 소대가리는 원래 싼 것이니 두말하지 말고 주는 대로 받고 속히 팔아버리시오 하였습니다. 그래서 고기장사가 이 소대가리는 손님이 주는 대로 팔 것이니 싸게 사 가시오 하고 외쳤다. 

 

그리하여 먼저부터 눈독을 들이던 상인이 얼른 돈을 주고 사갔다. 이 소머리를 좋아하며 사간 상인은 그 소머리를 새끼줄로 얽어서 등에 지고 가다가 피곤하여 소머리를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그 밑에서 앉아 쉬는 찰나에 새끼줄이 풀리면서 소대가리가 머리위에 떨어지는 바람에 뇌진탕을 일으켜서 피를 흘리고 직사하고 말았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까, 송아지 한 마리가 사람을 셋이나 죽인 셈입니다. 이것이 일대 괴사라고 성중에는 화제 거리가 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연을 얘기한 세존의 답변을 구하려는 찰나 나라의 임금인 빔바사라왕이 행차하는 바람에 답변을 구하던 그 사람은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왕이 행차한 것도 다름이 아니라 성중에서 송아지 한 마리가 세 사람이나 죽인 괴사사건이 발생하였다는 보고를 듣고 세존에게 의심을 풀어보려고 온 것이었다. 왕이 묻되 “세존이시여, 묻건대 성중에 송아지 한 마리가 세 삶을 죽인 일대괴사”가 있었다 하오니 이것이 어찌된 일이옵니까, 한즉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 “여래도 다 듣고 알았소이다. 여래는 듣기 전에 알고 이에 대하여 한참동안 설법을 하기도 하였나이다.”하고 송아지와 세 삶의 상인에 대한 과거사를 말씀하셨는데 요지는 이러하였다.
송아지에 받쳐서 죽은 세 사람의 상인은 죽기 전에 3인이 짝을 지어 같이 시골로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3인이 다 심보가 불한당 같은 악질이었다. 어느 날 3인이 장사를 다니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여관을 찾아도 없고 주막집도 없고 하여 가난하게 사는 한 노파의 집에 가서 이곳에서 해는 저물었는데 숙소가 없다는 사정을 늘어놓고 하룻밤만 재워주면 후하게 숙박비와 식대를 주겠노라고 애원하였다. 
그래서 노파는 오랜만에 푼돈이나 만져 볼까하고 방은 좁고 누추하나 들어오라 하고 동네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구해서 후하게 식사를 대접하고 그만한 대가가 있기를 바라며 조석대접을 잘 하였다. 그러나 3인의 상인은 하룻밤을 편하게 잠조 잘 자고 조석식사도 잘먹고 나서는 노파가 변소에 가고 없는 사이에 숙박비와 식대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인사말 한마디 없이 뺑소니를 치고 말았다. 노파가 사방으로 소리치고 다니며 아무리 찾아도 종적이 묘연하였다. 노파가 그제서야 속은 줄 알고 분한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노파는 기를 쓰고 사람에게 물어서 그들의 행방을 찾아갔더니 그들이 나무 밑에서 쉬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여보시오, 숙박료와 식대를 주시오. 남의 집에서 자고 먹고 인사말 한 마디도 없이 그냥 가는 법이 어디 있소?” 하였더니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노파가 망령이 들렸는가 우리가 떠나올 때에 노파가 불쌍하다고 후하게 한 사람이 열량씩 30량을 거두어 내고 깍듯이 인사말을 하고 왔는데 무슨 돈을 또 내란 말이요.”하였다. 노파가 화도 나고 기가 막혀 “이 날 도둑놈들아! 너희들이 30량은커녕 서푼이나 내었느냐. 이놈들아, 언제 30량을 냈단 말이냐”하고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서로 거두어 냈다고 생떼를 쓰고 도리어 노파에게 “이 늙은이야 우리 세 삶이 서로 보는데서 30량을 거두어 주고 고맙다고 치하까지 하고 왔는데 무슨 돈을 또 내라는 거야”하면서 눈을 부라리며 소리소리 지르고 “만약 그냥 돌아가지 아니하면 우리가 할멈을 때려 죽여서 아무 곳에나 파묻고 갈 것이다.”하며 입도 벌리지 못하게 하고 주먹을 들어 때리려고 덤비는 것이었다. 분심이 하늘까지 치솟아 오른 노파의 가슴속에서 피 덩어리가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강약이 부동하므로 늙은 노파가 장정 세 놈을 당해낼 재주가 없었다, 그래서 노파는 물러나 오면서 저주하되 “이놈들아 잘처먹고 살거라. 그러나 뒷날에 두고 보자 오늘은 강약이 부동하여 내가 어찌할 수 없이 돌아간다마는 후일에는 내가 사나이가 되던지 소가 되어서라도 네놈들의 원수를 갚고야 말 것이다.”하고 다시 저주하면서 물러 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노파는 이미 늙어서 죽었으나 원심을 품고 죽었으므로 암송아지로 태어나서 그 세삶을 죽이되 두 사람은 뿔로 받아 죽이고 한 사람은 죽은 머리로 쳐서 죽였다는 줄거리였다.
세존에게 이러한 인과법문을 들은 빔바사라왕과 사대부중은 가슴을 찌르는 듯한 감명을 받고 악인악과의 인과법칙이 참으로 무서운 것임을 깊이 되새기면서 불러갔다고 한다. 스스로 지은 바를 스스로가 받는다는 것은 인간사회의 진리인 것이다. 
오늘의 사회현실이 선보다는 악이 더 극성을 부리고 있고 앙심이 메마른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면 자작자수의 진리는 다시없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대한불교 무량종 지리산 칠보정사 
효종 혜안스님

 

저작권자 © 서대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