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가 있던 풍경

누군가 올려놓고 간 빈 종이컵이
공중전화부스에서 나뒹굴고 있다

이제는 핸드폰에 밀려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는
공중전화
뽀얗게 쌓여가는 먼지만큼
사람들의 추억도 잊혀져가고 있다

네 젊은날
십원짜리 동전 한 웅큼을 손에 쥐고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리운 이의 목소리를 듣던
그때가 생각난다

내 등 뒤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눈치에
아쉽게 수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서면
축 쳐진 어깨위로 조용히 따라오던
달그림자

좁은 골목길을 돌아
대광슈퍼 옆 벽에 붙어있던
주황색 공중전화에서
오래전 그대에게 다이얼을 돌리고 싶다

                                     유병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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