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속 작은 길

 

 

나태주
풀잎은 푸르기만 한 것만은 아니다

풀잎 속엔 가느다란 길이 있어
그 길을 따라서 가면 오두막집
오두막집은 황금빛
노을이 빛부신 서양받이
차마 굴뚝도 세우지 못한

봉숭아꽃은 피고 밀물듯이
봉숭아꽃은 지고 이제는
씨주머니가 익어 도르르
새까만 씨앗 튀어오르는
토방, 들마루

아이 하나와
하얀 치마 저고리의 아낙네가
봉숭아 새까만 씨앗을
바라보고 있다
왜 둘은 말이 없을까

그림자처럼 옛이야기처럼
풀잎은 결코 푸르기만 한 것만은 아니다

 

저작권자 © 서대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