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역습

 

한 상 림 작가
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

가정에서 사용하고 배출하는 쓰레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과 비닐류이다. 양념류와 반찬 담는 용기, 생수병, 세제류들이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홈쇼핑에서 배송해오는 포장재료로 종이박스와 스티로폼, 플라스틱 용기 등의 쓰레기가 늘어났다.
지금 미세 플라스틱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특히 해양 생물들의 먹이사슬이 무너지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라 함은 5mm 미만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하는데, 하수처리시설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유입된다. 강이나 바다로 들어간 플라스틱이 햇빛과 바람에 잘게 부서지고 그 조각을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가 우리 식탁으로 올라와서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니 ‘플라스틱의 역습’이 아닐 수 없다.
미세 플라스틱은 합성섬유, 용기, 마스크, 화장품, 타이어, 배달 음식으로 사용하는 일회용품, 치약, 자외선 차단제, 종이컵, 생수, 섬유유연제, 소금 등 우리의 생활 구석구석 스며들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심지어 우리 농작물에도 침투하여 당근, 사과, 상추 등의 잎과 뿌리 부분에서도 발견된다.
1주일에 5g의 미세 플라스틱을 우리는 무심코 먹고 있다.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몸의 세포를 파괴하여 면역 감시체계를 무너뜨린다. 대기 중에서도 검출되었고 에베레스트에서도 발견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임산부 태반에서도 검출된 것이다. 태반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은 음료 혹은 화장품이나 호흡기 등을 통하여 전달된 것이다. 가장 안전한 곳이라 생각한 아기 집에서조차 피할 수 없는 플라스틱의 역습에 대하여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050년에는 우리나라 서해의 4분의 1이 죽음의 바다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니 불과 20년도 안 남았다. 서해를 포함한 한반도 주변 바다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70% 이상은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품의 생산단계가 아닌 소비단계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제도적 기반의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종이, 유리, 철에만 적용하고 있는 재생원료 의무사용제도를 플라스틱에도 적용해야 한다. 또한 석유계 플라스틱을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는 환경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정하고, 환경교육 전담 교사의 부족 인원을 충당할 필요가 있다. 건설 현장에서 건설자재도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여 저절로 썩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연구 개발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자발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욕구에 맞춰 무한정 개발하는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는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소비자 입장이다. 따라서 생산자인 기업이나 정부에서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친환경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 역시 어쩔 수 없이 생산자가 만드는 제품을 이용하지만, 이런 제품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아야 서서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미세 플라스틱 역습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요즘 정부에서는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2050년까지 약 30년 동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제2회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5월 30-31일에 인터넷으로 개최하였다.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여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플라스틱 줄이기, 플러그 뽑기 등을 강조하였으며 또한 서울선언문을 채택하였다.
플라스틱 안에 담긴 인간의 욕망으로 지구는 점점 죽어가고 인류는 생명을 위협받는다. 플라스틱의 역풍에 생태계가 무너지고 기후 위기, 쓰레기 환경 문제로 인한 코로나19 이후 신데믹으로 혼란스러운 현실을 우리는 잘 극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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