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솔나무에게

최 동 호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2

 


습기 찬 바람이 불어온다.
산을 오르는 그대의 뺨에 닿는
바람이 훈훈함을 머금고 있다.
그러나, 발걸음을 가볍게 움직이지 마라.
치솟은 바위 끝에서
솔나무 가지들이 어린 손을 뻗어 바람을 잡으려 한다.
대지의 입김을 따라
바위 틈 사이에 솔씨 하나 날아와
여린 뿌리를 내리었다.
누구의 눈에도 쉽게 띄지 않는
작은 솔나무가 혼신의 힘으로 스스로를 흔들리게 하고
빠져나가는 바람을 잡으려 한다.
뿌리를 뻗으려 단단한
벼랑 끝으로 내민 가지들로
작은 가슴이 불안하다.
그러나, 말 없는 바윗덩이를
탓하지 마라.
거부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떨고 있는 솔나무여, 언젠가
단단한 바위도 부서져나가고
바람과 함께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간간히 햇살비치는 날 이슬 머금은  이끼와 더불어
빗방울 끌어모아 티끌 속에 여린 뿌리를 내리라.
태풍이 몰아치면
첩첩한 산 그림자는 병풍을 드리운다.
훈훈한 바람을 타고 온 솔씨여,
슬퍼하지 마라. 밤마다
어둠 저쪽에서 깜박이는 등불 하나
그대를 지켜주고, 그도 어찌할 수 없을 때 홀로
땀 흘리며 산에 오르는 이가 너를 돌본다.
안주할 수 없던 삶이 그 스스로를
이겨내며 산산한 흔들림이
불씨를 밝힐 것이니, 작은 씨앗 속에
숨막히는 바람이 불어온다.
가슴을 열어라. 저 깊은 계곡이
새롭게 피어나는 꽃과 더불어
바람을 맞이하듯 그 작은 가지들을
내뻗고 연약한 뿌리들을
바위 속 깊이 감추라.
풍요로운 대지에서 한가롭게 숨쉬는 자들은
스스로를 깊게 뿌리내릴 수 없는 연약함으로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너를 날려보낸 대지의 입김은 차라리
얼마나 지혜로웠던가.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솔나무여
습기 찬 바람에 산봉우리가 뽀얗다.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그대의 운명이
굳건해진다. 흔들리지 말고
가슴을 열어 팔을 내뻗어라.
혹독한 겨울의 눈이 그대를 따스하게 했거니
침묵하며 얼어터진 계곡이 비정할지라도
연약한 힘이여 마지막을 견인하라.
희게 빛나는 산봉우리들의
눈이 녹아내린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들이 나지막한 응얼거림을 시작한다.
들판에서 아지랑이가 일어난다.
누가 참으로 진실을 말했던가.
던져지고 부서지면서 저 근원에의
뿌리를 굳게 가지라.
등 뒤에서 운명을 굳세게 할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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