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의 길
최 동 호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3
산길 멈춘 바위 아래
깊은 뜻 머물러
이름 없는 암자 하나
정자 하나
맑은 샘물이
구름 띄워 보내고
뜰 잎의 잣나무 사시사철
프르게 솟아오르고 있건마는
흙벽담이 무너지고
서까래가 튕겨나가도
열리지 않는 마음의 벽이여
벗겨진 천장으로
흰 구름 때로
빗방울 떨어뜨려도
어둠에 잠긴 눈은
하늘빛을 알아내지
못하는구나
보라 해도 보지 못하고
들으라 해도 듣지 못하여
동쪽으로만 가는 자는
서쪽 길을 잃으리니
세속을 버린다고 정녕
그대는 가야 할 길도
잊었구나
산길 멈춘 바위 아래
허물어진 암자 하나
말없이 흉장 같다
서대문자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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