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덕목

공동체의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로서 많은 덕목이 제시되지만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지혜를 들고 싶다.
특히 구성원들 간의 상반된 이해가 빚어내는 갈등을 해결하는 지혜는 지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혹자는 유능한 지도자가 되려면 짐짓 구성원들 간에 갈등을 조상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지도자들의 말로는 반드시 패가망신으로 가게 된다.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마음을 하나로 일치시켜 공동체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능력은 지도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지혜로운 지도자로 손꼽히는 솔로몬 왕이 갓난아기의 친권을 두고 다루는 두 여인의 송사를 처리한 일화는 유명하다.
왕은 아기의 몸을 반씩 나누어 가지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에 한 여인이 아기의 친권을 포기한다. 왕은 아기의 생명을 아끼는 이 여인이 친어머니임을 알아낸다. 절대왕권을 이용한 참으로 지혜로운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솔로몬 왕 이외에도 구약시절 이스라엘에는 지혜로운 지도자들이 많이 있었다. 사사(士師)들이 나라를 이끌던 시절에 기드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시절 이스라엘 백성들은 미디안이라는 민족에게 수탈을 당하고 있었다.
하루는 천사가 나타나 그에게 미디안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는 지도자가 될 것을 종용하면서, 그 당시 백성들이 음란하게 숭배하던 바알이라는 우상의 제단부터 허물 것을 명령한다.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기드온은  이 일을 한 밤중에 행하고, 다음날 아침 성난 군중들은 기드온을 죽이려고 그의 집으로 몰려온다.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의 아버지는 성난 군중에게 과연 바알이 진짜 신이라면 그 신이 직접 기드온을 처벌할 것이 아니냐고 논박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한다.
한 마디의 정연한 논리로 성난 군중을 잠재우는 지혜가 놀랍다.
이후 미디안과의 전쟁에서 기드온은 큰 승리를 거두지만 곧 이어 지도자로서 정치적 갈등을 겪게 된다.
그 당시 이스라엘 유력한 지역이었던 에브라임 사람들이 자신들을 전쟁 초기부터 참전시키지 않음으로써 기드온이 그들을 무시하였다고 분노한 것이다.
목숨 걸고 나라를 구한 기드온은 매우 억울하였을 것이고, 에브라임 사람들과 따져서 그들의 불만이 논리에 합당하지 않음을 주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논쟁 대신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 자신의 고향에서 나는 첫물 포도보다 나음을 비유하며, 전쟁초기에 자신이 거둔 공로보다 전쟁 끝 무렵에 에브라임이 세운 전공이 훨씬 크다고 말함으로써 그들의 자존심을 높여 주고 분노를 풀어준다.
겸손과 온유한 마음으로 정치적 갈등을 해결한 기드온의 지혜가 돋보인다.
예수께서 하루는 간음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을 끌고 와서 율법은 이 여인을 돌로 쳐 죽이라고 하는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시험해 본다.
율법대로 죽이라고 말하면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치는 예수의 사역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렇다고 여인을 용서하려면 율법을 어기게 되어 사역의 합법성이 무너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당신들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들로 치라고 조용히 대답한다.
이에 양심에 부끄러움을 느낀 군중들은 예수와 여인을 두고 하나씩 둘씩 물러난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갈등과 위기를 해소하는 이러한 지혜가 아닌가 생각한다. 왕위에 오른 직후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해 지혜 주시기를 기도했던 솔로몬 왕과 같은 지도자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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