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 (Romance Scame)

 

 “잠은 잘 잤어? 주말은 어떻게 보냈는데? I miss you.”
몇 해 전, 필자 역시 우연히 메신저로 날아온 이라크 파병 군인인 미국 남자와 한동안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3-4년 전에 경험했던 일이니까 그 당시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로맨스 스캠’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잘 몰랐었다. 여기저기 개인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어떻게 어떤 경로로 들어온 메시지인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인스타, 페북,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사생활이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인스타와 페북, 블로그 등은 가입해 놓고 사실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처음엔 그저 미국인이라는 말에 영어 회화 공부도 할 겸 잘 됐다는 생각에 그쪽에선 한국어로 번역한 문자라서 문법 어휘 연결이 엉망이지만 나름 알아듣고서 대답 문장을 번역기에 한글로 넣어서 영어 번역문을 대화창으로 보냈다. 평소에 영어 회화를 할 기회가 없었으니, 한 며칠 동안은 그가 물어오는 안부에 꼬박꼬박 대답하고 궁금한 것도 물어가면서 새로운 대화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라크에 파병 중이라서 대화를 하다가 급히 나갈 때도 있었고, 이란 병사의 급습으로 부상병이 발생하였다며 현장감 있는 내용을 전해오니, 의심이 가면서도 사실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와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어서 혼자 남아, 곧 한국에 와서 살고 싶다면서 곧 전역하게 되면 한국에서 살 집을 장만할 거라고 수영장이 달린 아파트 단지를 알아봐 달라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집 주소를 달라고 하였다. 상상도 안 되는 큰돈(약 45억)을 미리 보내 줄 거라면서 자기를 믿어달라고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어 그만 두렵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 차단해 버렸다. 그 후 얼마가 지나 또 나를 추적해 와서 말을 걸어오는데 역시 차단하였다. 대부분 그런 식으로 백억 정도 돈을 가방으로 보낸다면서 택배 운송료나, 항공료를 요구하려는 행위였음을 요즘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로맨스 스캠’에 대한 피해 사례가 자주 나오는 걸 보면서, 아직도 이런 사기꾼들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하니 걱정스럽다. 여자든 남자든 가리지 않고 접근하여 이성 행세를 하여 다가간다고 한다. 어떤 사례자는 결혼까지 약속하고 큰돈을 보낸 이후 잠적하여 사기를 당하였다 하였다. 사기범들은 외모가 준수한 남자 사진을 보내던가, 남자이면서 아름다운 외국 여성 사진으로 타인의 프로필을 도용하거나 유명인으로 신분을 위장해 접근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아니면, 외국 군의관 행세하거나 유엔 대사, 한국에서 태어난 미녀 미국 여의사, 독일 거주 한국인 등으로 속인 후 친밀감이 형성되면 항공료나 통관료 휴가 신청 비용, 국제 택배비 등을 수취 비용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행위를 ‘로맨스 스캠’ 즉 로맨스(연애) 스캠(신용사기)라고 한다. ‘증시 로맨스 스캠’ 역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면서 미래를 꿈꾸고 연인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대화 속에서 증시에 투자하도록 유인하는 신종사기다. 대화창으로 고급 자동차와 돈뭉치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지속적으로 재력을 과시하여 증시투자를 추천한다. 마치 자기 가족이 유명 투자회사 간부라면서 내부 정보를 알아주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하여 투자를 유인한다. 거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로이 만날 수 없다면서 사이버상 투자를 종용한다. 결국 사랑하는 연인으로 착각한 나머지 사기범을 믿고 투자 후에 손실을 보고 연락을 해보면 이미 연락이 닿지 않는다.
‘오늘은 뭐 하고 지냈는지? 주말은 누구와 보낼 건지? 오늘 저녁 식사 메뉴는 무언지? 한국에서 같이 살자는 등…’
보이스피싱과 함께 로맨스 스캠에 우리 국민이 여전히 걸려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언가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바로 잠시 그들에게 허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괜한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큰코다친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서 SNS 계정으로 무작위로 접근하는 그들에게 신분이 노출되거나, 부질없는 사생활을 주고받다 보면 그들이 쳐 놓은 그물망에 걸려들게 된다.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노리고 있는 신종사기범은 국가에서도 어떻게 막아줄 방법이 없으니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다. 이미 사기를 당하고 난 후의 조치는 몇백 배 어려워 되찾기 쉽지 않다. 또한 사기범들 역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아예 처음부터 헛된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최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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