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향산

 

고 은 시

 

아름다움이란 소멸이다
그 요염한 순간
세상의 이름들이 없어졌다
아무개였다
아무개였다
하얗게 번개쳐

내려와서 돌아다보았다
아무개였다
세상의 기억 없어졌다

가까스로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청천강!
청천강 본줄기로 내려가는
비로암!
비로암 아래 다급한 물소리
치매였다
이름 둘이었다 하나가 아니라

청천강이 먼저였고
거꾸로 아스라이 비로암이 나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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