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의길, 자공의 길, 안회의 길

공자가 제자들과 중국 대륙을 떠돌던 중 채나라 부근에서 일주일가량 오도 가도 못하고 굶주리는 신세가 되었을 때였다. 공자는 의기소침해진 제자들의 속마음을 떠보기 위해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나의 지혜는 옳은 길을 잃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우리가 이런 곤경에 처하고 말았는가?”
 자로가 먼저 대답했다. “제 생각엔 우리가 충분히 어질지 못해 세상사람이 우리를 믿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지혜롭지 못해 사람들이 우리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공이 대답했다. “스승님의 지혜는 너무도 고고해 세상사람 누구에게도 쓸모가 없습니다. 스승님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할 때 유연해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안회가 말했다. “스승님의 지혜가 너무 커서 세상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양으로 지혜와 덕을 쌓지 않는 것은 우리의 수치이지만, 우리의 지혜가 아무에게도 쓰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통치자의 수치입니다.”
3인3색의 답변에 대해 공자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자로에 대해선 어질고 지혜롭다고 세상이 받아들인다면 백이, 숙제와 같은 일이 어떻게 벌어지겠느냐고 퉁바리를 주었다. 자공에 대해선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는데 현실의 쓸모를 위해 지혜를 실천으로 바꿔야 하느냐고 불편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안회에 대해선 예외였다. 공자는 “네가 큰 부자가 된다면 그 집의 집사가 되고 싶구나”라고 다소 과도한 비유까지 써가며 커다란 만족감을 나타냈다.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기 영역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거나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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