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서구 17개 나라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건강을 가장 많이 해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과 대책을 위한 워크숍에서 탄생한 말이다.
유럽 현대인들의 건강을 가장 손상시키는 것은 음주(飮酒)였고 다음이 비만과 일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술과 비만과 스트레스는 서로 유기적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
음주는 많은 현대병을 몰고 오는 주역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17개 나라 중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음주량이 많은 데도 병은 제일 적다는 것이다.
프렌치 패러독스다. 왜 그럴까. 붉은 포도주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란다. 포도주 없이는 프랑스 문화를 얘기할 수 없다. 그들이 즐겨 마시는 붉은 포도주 속에 노화(老化)를 방지하고 여러 질병들, 특히 초기 위암을 치유할 수 있는 플리페놀이라는 효소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발효 숙성되면서 생기는 플리페놀은 우리의 오랜 전통차 속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더구나 몇 백년 동안 우리 민족이 먹어온 김치와 된장 속에도 들어 있는 것이다.
김치, 된장, 마늘, 그리고 오랜 민족 문화의 전통으로 이어온 차, 이것들은 우리 삶을 지탱해 준 가장 깊은 에너지의 원천일 것이다.
발효와 숙성, 그것은 기다림에서 오는 것이다 깊고 긴 시간의 사유 속에서 침묵과 기다림의 미학이 만들어진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경박함, 사소한 일에 대한 분노, 신경질, 이해부족, 불평불만…, 이 모두가 숙성되지 못하고 푹 익지 못한 생풀 같은 사고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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