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단상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다. 가을은 풍요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고, 역설적이게도 다가올 새로운 생명의 봄을 잉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비워내는 계절이다. 떠나야 할 때를 가장 잘 알고 떠나야 하는 사람처럼, 단풍잎은 가장 붉고 아름다운 때를 우리에게 보여주며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아름답고 묵묵하게 걸어가는 수행자 같다. 찬란하고 강인한 봄의 생명력은 가을의 비워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이치는 생성되었으면 반드시 소멸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다시 밝고 맑은 새로운 생명의 모습으로 재탄생 되어 만나게 될 것이다.
자연의 이치라고 해서 너무 거창한 철학적 사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이 가을에 단풍이 주는 아름다움만을 구경하며 지내는 동안 오색으로 물든 나무들은 다가올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안으로, 안으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제 살을 태워가며 견뎌내는 과정인 것이다. 찬란한 생명의 봄을 맞이하기 위해 말이다.
저 세상으로부터 왔다가 허락하지 않아도 저 세상으로 떠나가야 한다. 사는 동안 엄청난 재산을 모은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올때와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모두 이 세상을 떠나간다. 나중을 위해 자신을 남겨놓지 않는 자연처럼 말이다.
연일 지속되는 뉴스는 우리에게 슬픔과 절망, 상처를 주는 소식들뿐이다. 더 이상 무엇으로도 보상받지 못할 우리사회의 역사가 갖는 아픔, 어찌 풀어가야 할지도 모를 만큼의 먹먹함에 모두가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우리는 이 가을에 자연의 섭리에서 배운 대로 모든 것을 비워내고 찬란한 봄의 생명력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진주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 아름다운 진주가 생겨난 시초는 짜증나고 귀찮게 하는 자극이라고 한다. 조개는 자신의 껍질안에서 몸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극을 주는 모래의 존재에 반응하다가 아름다운 하나의 물체를 만들어 내게 된다. 갈등이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진주라는 가치가 생성된 것이다.
우리가 아름다운 진주를 생성하고 이 세상과 우리 자신에게 기여할 잠재력이 갈등속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때, 우리는 껍질을 열기 시작하고 생명체를 받아들이고 마침내 아름다운 진주라는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자극과 갈등이 성장과 완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 때 갈등을 가까이 받아들이는 것은 하나의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자극으로 인해 아름다운 진주가 피어나듯 우리에게도 지금의 이러한 아픔과 갈등의 시간이 지나면 곧 귀하디귀한 진주를 품어낼 거라 믿는다.
어떤 것에서도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볼수 있기에, 지금의 어려운 국가적 현실을 통해서 이러한 국가적 혼돈과 환란이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아름다운 진주를 품어낼 수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늦가을에 자연의 섭리로부터 한번쯤 우리네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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