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돼지와 호랑이의 싸움법

오백 마리의 부하를 거느린 산돼지왕이 부하를 이끌고 험한 산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었다. 산돼지왕은 ‘내가 호랑이와 싸우면 나보다 강한 호랑이가 나를 죽이고 말 것이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진정시킨 돼지왕은 호랑이를 향해 큰 소리로 엄포를 놓았다. “여보게, 자네가 싸울 으향이 있으면 싸우자. 그렇지 않으면 나와 내 부하들을 그냥 지나가게 해주게.” 호랑이는 귀찮은 돼지들이라 생각했다. “뭐라고? 싸우자. 너희는 절대로 이 길일 지나 갈 수 없다.”
호랑이가 싸우자고 하니 산돼지 왕은 난처했다. 한참 있다가 산돼지왕이 호랑이에게 말했다. “네가 그리 나온다면 좋다. 싸우자. 그런데 우리는 싸울 때는 우리 조상 전래의 갑옷을 입는다. 잠시 기다려라.” 호랑이는 “그렇다면 너희들 좋을 대로 해라” 했다. 그러자 돼지왕은 부하들의 똥 속에 자신을 몸을 굴려 온 몸에 똥을 발랐다. “자, 준비는 끝났다. 오너라. 싸우자. 싫다면 길을 비켜라.” 호랑이는 산돼지왕의 이 꼴을 보고는 생각을 했다. “더럽고 치사한 자식, 내가 동물 먹기를 꺼리는 것은 내 귀중한 이빨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건데 어찌 저 똥 냄새나는 돼지를 먹겠는가.” 호랑이는 돼지를 보고 말했다. “에이, 좋다. 네게 길을 열어주겠다. 싸움은 그만두자.”
이리하여 돼지들은 위기를 모면하고 갈 길을 가게 되었다. 산돼지왕은 뒤를 돌아보며 콧노래를 불렀다. “너도 다리가 넷이고 나도 다리가 넷이다. 헌데 너는 싸우지 않고 도망쳤다. 지금도 늦지 않다. 생각을 바꿔 싸울 테면 싸우자. 치사하게 도망은 왜 가냐.” 호랑이도 돼지왕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은 더러워서 짐승 중에 최하치다. 빨리 꺼져라. 똥냄새에 난 못 참겠다.” 미천한 것은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호랑이의 기세다. 헌데 그런 자존심을 찌른 산돼지왕의 지혜도 봐줄만 하다. 호랑이는 호랑이 싸움법이 있고 돼지는 돼지 나름의 지혜와 싸움법이 있다.                    
   〈유보산 엮음, 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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