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온몸이 타고 나서야 울었다

 

한 상 림 작가
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


경북 울진, 강원 삼척 지역 산불이 지난 4일부터 9일간 약 213시간의 사투 끝에 진화되었다. 피해 면적이 2만 5천ha로 축구장 3만여 5천 개, 즉 서울 면적 1/3 정도가 된다. 908개의 시설(주택, 공장 창고, 농업시설, 종교시설)이 소실되었으며,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이 약 337명이다. 
해마다 3-4월이면 고질병처럼 번지는 산불 피해로 주로 강원도민이 고통을 많이 겪는다. 올 산불 건수만 264건으로 최근 10년 건수보다 2.5배 많았다. 역대 50년 동안 최소 강수량과 오랜 가뭄으로 인해 메마르고 건조한 상태에서 강풍까지 일어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9일 동안 산불 진화에 몸을 사리지 않고 사투를 벌인 소방대원. 군. 경과 공무원, 주민들에게 감사하며,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이 하루속히 재기할 수 있도록 힘써줘야 할 것이다. 그나마 인명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또한 한울원전, 삼척 LNG 생산기지와 주거 밀집 지역, 천년고찰 불영사와 문화재 핵심 산림지원 보호구역인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를 어렵게 지켜낸 것이 다행스럽다. 또한 주불이 잡혀갈 즈음 그토록 기다리던 봄비가 내려서 잔불도 마무리되었다. 산은 온몸으로 자신을 다 태우고 나서야 봄비로 샤워하며 씻어내듯 남은 재로 밑거름 삼아 곧 새로운 싹을 밀어 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미 타버린 산을 복구하기까지는 약 3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참을 안타깝다. 한두 사람의 사소한 화와 방심으로 대형 사고가 벌어진 것을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난다.
그동안 산불의 원인은 대부분 모두 인재였다. 자기 안의 화를 참지 못하여 토치로 마을 여기저기에 불은 놓았다는 60대 남자는 혼자서 마을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느끼다가 화풀이를 해댄 거다.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온 마을과 산을 태우고 자기 어머니마저 대피 도중 쓰러져 숨지고, 수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트린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또한 시내 도로에서도 운행 중에 종종 볼 수 있는 담배꽁초를 승용차 밖으로 던져버리는 몰상식한 운전자 때문에 산 길가 마른 잎에 발화된 것이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산불을 낸 사람은 고의적이든 실화이든 모두 범죄가 인정된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로 인하여 경각심에 소홀하였으나, 이번 기회에 고의적인 산불을 낸 사람은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법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화재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 특히 산불은 광범위하게 퍼져 산맥으로 번지기 때문에 발생 후 진화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산불 위험 지역 산행을 금지하고, 산에서 라이터나 취사도구 사용 금지, 산불을 발견하면 112나 119로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 또한 산불 예방과 감시와 신고에 국민 모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이제 정부에서는 산불 피해로 절망적인 이재민을 위한 빨리 재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한다. 폭삭 주저앉은 잿더미 집과 타버린 씨앗과 농기구를 보고 땅바닥을 두드리며 우는 주민의 모습을 보니 당장 기거할 수 있는 주거지와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야간 운행 가능한 초대형 소방헬기가 겨우 6대뿐이라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노후 된 헬기를 재정비하고 진화 헬기를 더 확보해야 한다. 산속의 소방도로 확보, CCTV 설치와 특수 진화대 인력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화재 예방을 위한 국민의 인식이 중요하다.
사소한 부주의나 감정의 불씨 하나가 온 마을과 산을 불태우고 많은 인명피해를 내며, 그로 인해 불을 진화하려면 몇백 배의 고통과 복구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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