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뛰고 있는 밥상 물가

 

한 상 림 작가
시인, 작가, 한국예총 전문위원

요즘은 마트에 가서 장보기가 겁난다. ‘월급 빼고 나머지는 다 오른다.’라는 말처럼 몇 가지만 골라도 20만 원 이상 들기 때문에 서민 가정경제가 점점 힘들어진다. 하지만 정육, 생선, 과일, 달걀, 채소와 유제품 등은 우리 식단에 흔하게 오르는 식료품이라서 아무리 비싸도 구매하지 않을 수 없다. 
치솟는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인 작년 동월 대비 5.4%로 매우 불안하다. 마늘과 감자는 요즘 수확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싼 편이 아니다. 양파는 1년 전의 두 배나 올랐고, 감자 역시 예년보다 비싸졌다. 배추와 무를 비롯한 채소류 역시 극심한 봄 가뭄으로 수확량이 저조하여 앞으로도 쉽게 내리지 않을 전망이다.
  소양강 바닥은 메말라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어민들도 조업을 포기하였다. 배를 띄워야 할 강에 자동차가 달린다니 얼마나 심각한가. 더군다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하여 농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역대급 가뭄에 식자재값 상승, 유가 상승, 인건비 상승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거기에 전기, 가스, 수도 요금까지 물가 오름세에 한몫하였다.
물가상승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올여름에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까지 닥칠 거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유가상승과 밀가루, 식용유, 곡물류, 비료 등의 수입제한으로 나라 안팎서 어려움을 겪다 보니 그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었다. 
농민은 비료, 기름,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농사를 접기 시작하였다. 예년 일당 10만 원였던 인건비가 13~15만 원을 준다 해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배추, 무, 고추 등 경작 면적까지 10% 정도 이미 감소하였고, 면세 경유가 리터당 1,400원 수준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보다 40~50% 급등하였다. 결국 농민과 유통업체, 도소매 판매업체 등 꼬리를 문 인상 요인들로 인해 물가는 내릴 낌새가 안 보인다.
우리나라의 국내 자급률(2019년 기준)은 채소류 87.7%, 감자와 고구마 등 서류 작물은 105%, 쌀은 92.1%, 과실류 75.5%이다. 그러나 밀가루와 식용유, 설탕 등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 하루속히 수입 식자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즉 농지 면적을 다시 증가시켜야 하며, 농민에게 농작물 재배를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낡은 건물이나 세입자가 나가버린 텅 빈 건물에 수경재배농장을 만들어 공실을 극복하고 신선한 채소를 재배한다고 한다. 즉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가 아니라, 이른바 ‘빌산빌소’로 빌딩에서 생산하고 빌딩에서 소비하는 것이다. 갓 재배한 신선한 채소로 만든 과자나 샌드위치 등이 인기를 끌어서 공실도 없애면서 유통마진을 줄이고 수경재배로 생산한 친환경 제품을 먹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공실은 전 세계 건물주들의 공통된 고민인데 공실을 만실로 바뀌는 방법 ‘만실이 왕도’라는 솔깃한 제목의 책들까지 줄을 잇는다니, 아마 머잖아 우리나라에서도 공실을 이용한 수경재배농장을 만들어 무공해 채소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서민 가정경제 위협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와 있다”며 그 심각성을 우려하였다. 자꾸만 오르고 있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정부와 국민이 함께 고통 분담을 해야겠지만, 국민은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11년 만에 물가를 4%대 상향 검토 중이라 한다. 시장과 인간 중심으로 경제 활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책 마련 중이며, 배추 무 등 24개 품목 할인행사 쿠폰을 긴급 지원할 예정이다. 서민이 살기 좋은 나라가 평화롭다. 고물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따라 국민도 고통 분담도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 모두 함께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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