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 우리는 미움, 시기,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타인과의 사이에 얽혀있는 모든 매듭을 풀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성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라

화가 치밀 때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라. 화가 났을 때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남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한 꼴이 된다. 수백 개의 안면 근육이 극도로 긴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붉으락푸르락 잔뜩 화가 난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럭 겁이 나게 한다. 마치 터지기 직전인 폭탄처럼 말이다. 화가 난 얼굴은 타인에게 위협적인 것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매우 흉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화가 몹시 났을 때는 얼른 거울을 보는 것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매우 유익하다. 그것은 자각을 일깨우는 종소리와도 같다.
그렇게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면, 그 얼굴을 바꾸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동기가 유발된다. 어떻게 하면 얼굴을 바꿀 수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화장품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저 평안하고 침착하게 호흡하고, 의식적으로 미소를 짓기만 하면 된다. 한두 번만 그렇게 하면 당장에 얼굴이 달라질 것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차분하게 숨을 들이쉬고 미소를 지으면서 숨을 내쉬기만 하면 이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화는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현상이지만, 생물학적 또는 화학적 요인들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화는 근육을 긴장시키지만, 미소는 그 긴장을 풀어준다. 의식적으로 미소를 짓고 웃으려 애쓰면 근육이 이완되고, 서서히 화가 사그라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미소는 우리 몸 안에서 자각의 에너지가 생성되게 함으로써 자신의 화를 스스로 끌어 안고 보듬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옛날에 왕과 왕비의 하인들은 늘 거울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언제 어느 순간에 불려 갈지 모르기에 늘 자신의 모습을 잘 가꾸어두어야 했던 것이다. 요즘에도 손가방에 작은 거울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면 평상심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거울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자신의 얼굴이 어떤 상태인지를 자주 살펴보라. 몇 번 의식적으로 호흡하고 의식적으로 미소를 짓고 나면 얼굴의 긴장이 풀릴 것이고, 따라서 마음도 그만큼 더 편안해질 것이다.
화는 마치 우는 아기와 같다. 아기가 우는 것은 무엇인가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서일 것이다. 그래서 얼른 달려와 해결해 달라고 엄마한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화라는 아기의 어머니다. 의식적인 호흡을 실천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우리에게는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르는 어머니의 에너지가 생긴다. 화를 품에 끌어안은 채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기는 이내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식물은 햇빛에서 영양을 얻는다. 식물은 햇빛에 민감하다. 햇빛의 품에 안긴 식물은 반드시 변화한다. 꽃은 이른 아침에는 꽃잎을 꼬옥 닫고 있다. 그러다 해가 떠서 햇빛이 꽃을 감싸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햇빛은 광자라고 불리는 작은 미립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광자가 천천히 꽃속으로 들어가서 이윽고 그 안을 가득 채운다. 그러면 꽃은 더는 감당할 수가 없어서 마침내 잎을 벌린다.
모든 정신적, 생리적 작용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자각에 매우 민감하다. 자신의 몸을 자각하고 있을 때는 그 몸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화와 절망을 자각하고 있을 때는 그 화와 좌절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부처의 가르침과 우리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자각의 에너지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의 화는 꽃과도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화의 본성을, 다시 말해서 화가 일어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각의 에너지로 화를 감싸 안는 법을 배우고 나며, 화라는 꽃이 봉오리를 터뜨리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거나 보행 명상을 하면 자각의 에너지가 일어나 화를 감싸 안는다. 그렇게 10분이나 20분쯤 지나면 화가 그 속을 드러내 보일 것이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 갑자기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화 좀 안 내고 살 수 없을까? 
틱낫한 스님

저작권자 © 서대문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