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다. 화를 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 우리는 미움, 시기,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타인과의 사이에 얽혀있는 모든 매듭을 풀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감정을 추스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화라는 꽃이 봉오리를 열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 동안 자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감자를 삶는 것과도 같다. 
감자를 삶기 위해서는 감자를 냄비에 넣고 뚜껑을 덮고 불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아주 센 불이라 하더라도 5분 만에 꺼버리면 감자가 제대로 익지 않는다. 충분히 익히려면 적어도 15분이나 20분정도는 가열해야 한다. 그런 후 냄비뚜껑을 열면 잘 익은 감자의 향기로운 냄새가 피어날 것이다.
화도 감자와 마찬가지다. 시간을 들여서 충분히 익혀야 한다. 처음에는 화도 날감자와 같다. 우리는 날감자를 그대로 먹지 않는다. 화는 우리가 즐길 만한 것은 아니지만 잘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면,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이해와 애정이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할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위대한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누구나 화라는 쓰레기를 애정이라는 꽃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 대다수는 불과 15분 안에 이 일을 해낼 수 있다. 그 비결은 호흡과 보행과 늘 자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각의 에너지가 발생해서 화를 감싸 안게 된다.
우리는 화를 그윽한 마음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 화는 적이 아니라 우리의 아기다. 화는 우리의 위장이나 폐와도 같다. 위장이나 폐에 질환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떼어버릴 수는 없다. 
화도 마찬가지다. 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것을 잘 보살필 수 있다는 것,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유기농법으로 채소를 가꾸는 사람은 쓰레기를 그냥 내버리지 않는다. 그는 쓰레기라는 그저 버려야 할 무엇이 아니며, 그것을 가지고 비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 비료가 상추가 되고 오이가 되고 배추가 된다. 쓰레기가 다시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모든 수련자는 말하자면 농부다. 그것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농부다.
화와 사랑은 둘 다 유기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가 서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랑은 증오로 변할 수 있다. 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부부라면 누구나 처음에는 위대한 사랑으로, 너무도 강한 사랑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사랑이 너무도 강렬해서 서로가 없다면 살아갈 수 없다고 믿었던 부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각을 실천하지 않으면, 불과 한두 해 만에 그 사랑이 증오로 변할 수 있다. 그리하여 처음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감정을 갖게 되고, 참으로 끔찍한 심정을 느끼게 되며, 더는 같이 살 수가 없게 되어서 이혼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이 증오로 변한 것이다.
꽃이 쓰레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자각의 에너지가 온몸에 충만하다면, 그 쓰레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난 두렵지 않아, 나는 이 쓰레기를 다시 사랑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어” 두려움과 절망과 증오 등의 쓰레기 같은 감정을 안고 있다 하더라도 겁을 내서는 안 된다.
훌륭한 유기농법 농부가 그러한 것처럼, 훌륭한 수련자는 얼마든지 거기에 대처할 수 있다. “나는 내 안에 쓰레기가 가득 있다는 걸 잘 알아, 나는 그 쓰레기를 기름진 거름으로 바꾸어서 사랑이 다시 피어나게 할거야”라고 다짐해보라.
수련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어려운 관계로부터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호흡과 보행과 좌정과 식사 등의 모든 행위를 의식적으로 하는 기법을 익혀서 실천하면 자각의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고, 그 에너지가 나와 좌절을 감싸 안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저 감싸 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그 감싸 안음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화의 실체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실천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화를 감싸 안아서 그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의 실체를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그것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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