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地不動보다 나은 伏地眼動

우리나라 말은 복지부동(伏地不動)은 글자대로라면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서로 다른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공포의 한 형태의 태업의 의미다. 참여 정부 들어서면서 공무원들은 불확실성에 휩싸여 불안감과 피해의식을 갖게 했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극도의 몸조심을 하게 했으며 특히 정부나 민간부문에서 조직을 감량하거나 조기퇴직이 추진되는 한동안은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런 현상은 세계 공통의 현상으로 미국에서도 정권이 교체되면 새정부는 자신들에게 충직한 인사들을 기용하지만 그 원인은 수적이나 직위로도 한정돼 있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전례에 비추어 느끼는 두려움 때문에 정책을 수행할 직책에 있지만 새 정부 팀의 일원이 아닌 사람은 그 정책이 주민의 지지를 잃는다든지 실패할 경우 야기될 문제 내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게 된다.
그처럼 무기력한 풍토 아래서는 창의력도 제안도 있을 수 없고 심지어 일까지 가급적 줄이려는 것이 정해진 이치이다.
특별히 주목을 받지 않기 위해 일상적인 업무만을 수행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현명한 처신일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화가 진전되고 국제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는 지금 역사의 전기를 맞고 있어 민간은 물론 정부부문도 생산성 제고가 절실한데 복지부동이 이모든 것을 무위로 돌릴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넘어 이젠 복지안동(伏地眼動)이란 말도 만들고 있다.
땅에 엎드려 이리저리 눈만 돌린다는 뜻으로 이 말은 공직사회의 교활한 새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그들은 절대 불가피하지 않은 한 어떤 일에도 손을 대지 않으면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판세만 유심히 가늠하고 있는 무리들이다.
자기보호는 어찌 보면 자연스런 본능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누려왔던 한국의 비교우위가 모조리 잠식당할 수도 있다. 또 시일이 흘러 정권이 교체되면 그때의 새 정부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아 의례적 숙청과‘막연한 두려움’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게 될 것이다.
그 같은 악순환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우리사회 전체가 피폐해 질수밖에 없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복지부동이 일리가 있다고 여기는 부류들이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지속된다면 우리들에게는 파탄밖에 없을 것이다.
흔히들 시간이 지나면 지난날의 잘못은 잊혀 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잊혀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늘이 있고 땅이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은 분명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쉽게 망각하는 사람은 또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잘못에 대해 깊이 참회하는 사람은 두 번 다시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잘못을 잊기 위해 양심을 가리기보다는 잘못을 참회하여 양심을 드러내는 것이 훨씬 맑은 삶일 것이다.
모두가 정신을 가다듬고 복지부동과 복지안동이라는 낱말조차 없어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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